[포토스토리] "우리래 교복은 한복이라요. 이쁘지 않습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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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흑룡강성 녕안시 발해조선족소학교 6학년 장춘매(14)양이 하얀 저고리와 빨간 치마가 어울리는 한복을 입고 교실 문을 나서며 한복 맵시를 한껏 뽐낸다. 학생들은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평상복을 입지만 학교 행사 등 단체로 움직일 때는 항상 한복을 입는다. 한복 교복은 디자인과 색깔로 학년이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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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깎은 모양이 모두 한결 같습니다.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내밀고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호기심에 가득차 보입니다. (사진=김상선 기자)


이 학교의 오정희(57ㆍ여)교장은 “사람은 입는 옷에 따라 행동이 나온다”며“학생들이 한복을 입으면 거친 행동을 삼가고 예절이 몸에 밴다”며 한복 교복의 장점을 말한다.

그러나 오 교장에게는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이농 현상이 극심해 학생 수가 날로 줄어드는 것이다. 부모들은 돈을 벌기 위해 대도시로 나가거나 한국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조부모나 친지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8년 동안 살고 있는 서영란(14ㆍ6학년)양은 다가오는 8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던 아빠와 엄마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서 양은 “부모님이 돌아오면 다시는 가지 못하게 하고 싶다”며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친척조차도 없는 일부 학생들은 학교 담임 선생님 집에서 살기도 한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영순 교사는 “감정이 민감한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진 일부 학생들이 분리불안 장애를 겪기도 한다.”며“ 하루빨리 경제가 회복돼 가족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며 조선족 학생들의 어려운 현실을 말한다.

어려운 학교의 사정이 알려지자 KTF는 지난 2006년부터 동북아평화연대와 함께 조선족 학교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한민족 문화교실’.

연길시 연북조선족학교(1호점ㆍ2006)ㆍ혜림시조선족중학교(2호점ㆍ2006년)에 이어 지난 8일에는 하얼빈(哈爾濱)시 동력조선족소학교에 ‘민족문화교실’ 3호점을 열고 예절ㆍ예술ㆍ역사 등 한민족문화 교육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매년 6천만 원 이상이 지원되고 있다.

또 KTF사회공헌팀은 지난 5~8일까지 발해조선족소학교를 방문, 학교와 결연을 하고 책걸상 등 학교 환경 교체비로 1천2백 만원을 전달했다. 또 중앙일보 NIE 연구소 김미정 연구원과 함께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했다.

도서관이 새로 생겼습니다. 빈 책꽃이에 한국에서 가져온 동화책을 꽂는 일이 더 없이 즐겁습니다. (사진=김상선 기자)

학생들은 김 연구원과 함께 중앙일보NIE연구소가 발행한 ‘퍼니’교재로 ‘발차기 세계를 주름잡다’단원을 공부한 뒤 태권도 실습도 가졌다.

강치국(10ㆍ2학년) 군은 새로 들여온 책걸상에 앉아보며 “새 학교로 이사 온 느낌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도서관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낡은 교과서만 꽂혀있던 책꽂이에 새로운 동화책이 채워졌다.
‘ 빨간머리 앤’을 읽고 있던 최문걸(10)군은 “한국에서 온 동화책에는 영어 글자가 많아 가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림이 재미있어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는 이 지역 동포들을 돕기 위해 한국 어린이출판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책 보내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김종헌 교류협력국장은 “동북아지역 동포자녀가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해 교육받을 기회를 잃어 빈곤이 악순환 될 수 있다”며“우리의 작은 관심이 수십 명의 재외동포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얼빈=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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