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뜨거운 증시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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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차익 실현인가=이달 들어 21일까지 외국인이 내놓은 순매도 물량만 2조9375억원에 달한다.월별 기준으로 올들어 가장 매서운 매도 공세다. 21일에도 외국인은 3300여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나흘 연속 팔자 행진이다. 올해 전체로 따지면 외국인들은 아직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누적 순매수 총액(2602억원)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게 꺼림칙하다.이들이 '팔자 공세'를 멈추질 않을 경우 단 하루이틀만에도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가 최근 두달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라 비슷한 투자 대상처인 신흥 증시 주식들과 주식평가 가치(밸류에이션) 격차가 거의 사라진 게 외국인 매도 공세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한국 주식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주식의 가치를 따질때 적용하는 지표 중 하나)은 올 1월만 해도 10.23배로 신흥시장 증시(12.21배)와는 다소간 격차가 있었다.하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해 이달 들어선 12.32배로 신흥시장(12.66배)과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그간 한국 주식의 매력으로 꼽혔던 상대적인 '싼 가격'이란 장점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셀코리아'가능성은 낮지만=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에서의 주식 매도는 주식이라는 위험 자산에서 본격적으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는 그 근거로 한국을 뺀, 다른 아시아 증시에선 여전히 외국인이 순매수 우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6월 들어 여타 아시아 증시에선 주식을 적극 사들이고 있다.대만에서는 이달들어 20일까지 32조9000억달러 어치를 순매수 했고 같은 기간 태국 증시에서도 순매수 자금으로 7억3000만달러 가량을 풀었다.게다가 주식 현물 시장과는 달리 선물시장에선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점도 위안을 삼을 만한 요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이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상승장세에 찬물을 끼얹는,악재가 될 소지가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 기조가 본격 나타나는 가운데 치솟는 기름값 등 가격 변수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어 외국인들의 매도가 자칫 투자 심리를 얼어 붙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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