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4년간 규제 절반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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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중국에서 상업용 토지 개발사업을 하려면 국유재산관리위원회나 지방정부의 엄격한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고, 그에 따라 시간도 많이 단축됐다.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각종 건설공사 발주도 공개 입찰로 바뀌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관용차 등 필요한 물자를 조달할 때도 경매와 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변화는 중국 정부가 지난 4년간 각종 인허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등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결과다. 중국 언론들은 2003년 3월 후진타오(胡錦濤.얼굴)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체제가 출범한 이후 인허가와 관련된 규제가 크게 줄었다고 20일 보도했다. 68개 중앙부처의 인허가 대상 업무는 2002년 말 3605개였으나 지금은 절반 이하인 1799개로 감소했다. 지방정부들도 동참했다. 중국에서 중소기업 활동이 가장 왕성한 저장(浙江)성의 경우 3251개의 인허가 규제 가운데 68%가 폐지됐다.

국무원은 주룽지(朱鎔基) 총리 시절인 1998년 행정규제 개혁에 착수했다. 과도한 규제가 뇌물과 부패를 야기하고, 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려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타성으로 인해 2002년 하반기까지 별 진전이 없었다. 그 뒤 집권한 현 지도부는 2003년 8월 행정규제 개혁팀을 가동했다.

이들은 인허가가 있는 곳에 부패가 자란다며 공무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인허가권을 남용해 행정처리를 지연하거나 낡은 규정을 내세워 국민에게 각종 수수료와 비용을 징수하는 행위가 특별감사 대상이 됐다. 2000여 년간 농민들에게 물렸던 농업세가 폐지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향(鄕).촌(村) 등 말단 지방 관리들이 가난한 주민들에게 이중삼중으로 잡부금을 물리는 행태도 이때부터 금지됐다.

규제 개혁팀은 올 들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각 정부기관에 공문을 보내 "다음달 15일까지 폐지할 규제가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어 제출하라"고 채근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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