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괴력…"적수가 없다" 김정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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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천하 대 장사 우승>
모래판에 19세의 괴동 김정필(부산 조흥금고)의 독주를 막을 선수는 없는가.
1m86cm 1백55kg의「백곰」김정필이 29일 장충 체육관에서 벌어진 제1회 천하대장사 대회에서 남동하(22·현대)를 3-0으로 가볍게 일축하고 우승하자 5개 민속씨름단이「타도 김정필」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 시즌 민속씨름에 데뷔한 김정필은 이날 우승으로 2천만원의 상금을 추가, 올 한해에만 6천9백80만원의 상금을 챙겨 l위를 차지했으며 제26회 천하장사(9월)와 부여 및 미주천하장사대회(이상 10월)등을 포함, 올 하반기에만 4대 천하장사타이틀을 획득하는 괴력을 발하고 있다. 김은 또 올 시즌 56승13패를 마크, 승률(81·2%)·다승·상금 등 세 부문에서 정상에 올라 독주태세를 확고히 했다.
김의 강점은 빗장걸이 선제공격에 이은 잡 채기·밀어 치기 등 밀어붙이는 힘의 씨름. 상 하체가 고르게 발달한데다 거구에 걸맞지 않게 유연성과 스피드가 뛰어나 당분간 상대할 적수가 없을 것이라는 게 김학룡(일양약품 감독)씨의 설명이다. 여기에 어린 선수답지 않게 프로근성이 뛰어나 평소의 생활 및 훈련자세가 지극히 성실, 다른 선수들이 따라붙기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게 소속팀 김병철 감독의 칭찬이다.
씨름 인들은 현재 김의 아성을 무너뜨릴 후보로 황대웅(삼익가구)과 부상중인 김칠규(현대) 그리고 팀 동료 임용제 등을 꼽고 있으나 이들이 이미 전성기를 지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이만기(인제대 교수)씨는『앞으로 최소 2∼3년간 김의「전성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 근거로『내년 봄 대학에 진학하는 김경수(동양공고)나 신봉민(금성고)등 이 프로무대에서 김과 겨룰 경우 접전이 예상되나 현 민속선수들에게는 기대할 바가 없다』고 잘라 말하고『신생 청구 팀에도 백승일 등이 있으나 아직은 풋내기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씨름 계 일각에서는 김정필의 독주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하는 프로씨름판에서 김정필은 다양한 기술대신 힘을 바탕으로 수비위주의 단조로운 경기패턴으로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 이날 경기에서 김은 씨름의 기본인 들배지기 등을 한차례도 시원하게 구사하지 못한 채 공격선수를 잡 채기나 되치기로 역공해 가볍게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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