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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진출 기업들 전전긍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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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번 조치는 세계의 저가 공산품 생산기지였던 중국이 수출품의 질과 가격관리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넘치는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단순 가공무역 제품과 저가 공산품 생산을 억제하고, 수출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저가품 생산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수출 및 생산 억제 나선 중국=중국 당국이 내세운 이유는 올 들어 5월까지 무역수지 흑자가 85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1% 늘어나면서 무역마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유동성 과잉과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강해져 수출 억제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단순 가공무역을 억제했다. 오염도가 높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비환경친화적 산업과 자원을 이용한 제품 수출을 억제하는 정책도 실시했다. 기존의 증치세 환급분 인하 조치 대상 품목은 대부분 이런 산업에 국한됐다. 이 때문에 기존의 조치들은 인건비를 아끼면서 중국 환경을 해치는 산업을 몰아내려는 것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의 주요 상품인 의류 등 잡화와 심지어 수출장려 품목인 공작기계 등도 포함돼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김명신 과장은 "중국 내 소비재 품목 중 70%가 고질적 공급 과잉을 보이고, 수요 초과 품목은 하나도 없다"며 "수출 억제와 함께 중국 내 생산을 줄이려는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3의 생산기지를 찾아라=이번 조치로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중국에 진출한 의류 및 잡화업체다. 의류는 기존의 13%를 환급받던 증치세를 11%만 환급받게 됐으며, 비스코스 섬유 등 화학섬유는 5%밖에 환급받지 못한다. 이에 업계에선 10% 이상의 원가 상승요인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전체 물량의 25%를 생산하는 톰보이 관계자는 "완제품 의류의 원가 상승률은 10%가 넘을 것으로 보여 판매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오르게 될 것"이라며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지난달부터 증치세 관련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바이어와 수출가격 협상을 다시 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KOTRA 중국팀 정준규 과장은 "이제 중국은 한국이나 해외시장에 팔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중국 내수시장에 제품을 팔 생각이 아니면 진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양선희.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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