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비정규직 보호법' 이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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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먼저 비정규직이란 말부터 정리해 보지요. 기업에 취직해서 정년이 될 때까지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근로자들을 정규직이라 합니다. 별일 없으면 원칙적으로 고용이 지속되는 직원이죠. 비정규직은 이런 직원과는 달리 일정기간 회사와 계약해 일하는 직원을 말합니다. 계약 기간이 끝난 시점에서 회사가 그 사람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꼭 급여를 적게 받거나 대우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어떤 게임 회사가 1년 정도 유능한 프로그래머를 써서 게임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많은 돈을 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적이지요.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규직을 쓰면 급여뿐 아니라 각종 복지혜택도 함께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정규직은 경기가 나빠져 직원을 줄여야 할 때에도 내보내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어 건물 청소나 경비 같은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다른 근로자와 똑같은 급여에 승진.보너스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비정규직은 대개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에 휴가.복지 혜택이 적고 신분도 불안정합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확연해져요. 1분기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98만5000원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이의 64.1%인 127만3000원에 그쳤어요. 여기에 퇴직금.상여금 같은 별도 혜택까지 감안하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비정규직은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를 당한 이후 크게 늘어났습니다. 외환위기 때 인원 감축을 포함해 뼈아픈 구조조정을 경험한 기업들이 경비를 줄이고 인력 운용을 유연하게 하려고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기 시작한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이 많아지면 기업 입장에선 당장 인건비를 줄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잘릴 수 있다'는 고용 불안심리와 저임금 구조로 사회적 위화감이 생깁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통합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지요. 또 살림이 쪼들리는 비정규직이 지갑을 닫는 바람에 내수가 살아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적극 나서게 됐어요. 그 결과가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입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한 회사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그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하고▶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조건에서 같은 일을 하고 노동 강도가 같다면 임금.복지 등 면에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음달부터 어떤 회사와 근로 계약을 한 비정규직이 2009년 7월까지 계속 일하면 사실상 정규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같은 일을 하는데 '당신은 비정규직이니까 월급을 적게 받고, 휴가도 짧게 가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죠.

이 법안은 지난해 말 간신히 국회를 통과기까지 논란이 뜨거웠어요.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에서는 기업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불만스러워했지요. 노동단체에서는 이 법안이 비정규직 숫자를 줄이는 데 미흡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선의 와 달리 오히려 이 법안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가령 기업들은 '2년 이상 일하게 하면 계속 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직전 이들을 내보내는 방법을 쓸 것이라는 이야기죠. 이렇게 되면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런 걱정은 이미 일부 현실화되고 있어요. 일부 유통업체가 비정규직인 매장 계산원(캐셔)을 다 내보내고 용역 직원을 쓰려고 합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기업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을 특정 직군으로 묶어 기존의 정규 직원과 급여.승진 체계에서 차별을 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로서는 '허울 뿐인 정규직화'라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고용은 보장해주겠지만, 단순 업무를 하는 이들을 기존 정규직원과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이렇듯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의 입장이 틀리고,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비용 같은 함수관계가 복잡해 칼로 무 자르듯 없애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 묘안은 없을지 틴틴 여러분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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