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마시장 미서 조기개방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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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일 무역마찰이 첨예화 돼 가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스포츠에까지 비화, 미국이 일본경마시장의 조기개방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경마시장은 상금배당 액 등 규모가 단연 세계최대인 황금어장. JRA(일본중앙경마회)가 지난해 올린 총 매출액은 무려 3조4천3백38억엔(약 21조원).
매상뿐 아니라 상금 액 규모 또한 엄청나 저팬 컵 대회의 경우 총 상금이 1억6천9백만 엔에 달했고 1억엔 이상의 레이스도 7개나 됐다. 레이스 당 우승상금도 1천만 엔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 경마시장이 이처럼 비대해지자 미국을 포함한 구미각국에서 앞다퉈 일본 경마시장에 뛰어들 태세를 보이며 조기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일본경마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었음을 들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마는 외국산 말 한 필을 수입하는 데만도 4백만엔(약 2천6백 만원)의 관세를 부과, 원천적으로 외국 마필의 일본유입을 봉쇄해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압력이 거세 지자 JRA는 지난해 말「외국산 마필의 출전제한 완화5개년 계획」을 마련, 단계적인 개방을 약속하기에 이르렀고 최근엔 안타(안전)기념대회에 외국산 마필의 3개 레이스 출전을 허용하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미국은 이 문제를 국회를 통한 의원입법으로 통과시켜 일본정부에 압력을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 법안은 내년 초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는 것과 때를 같이해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동경=이석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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