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쓴「육아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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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엄마가 일하러 직장에 가거나 공부하러 외국에라도 가야 할 경우 아기는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오늘날 일하는 젊은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작가 박순녀씨(64)가 쓴 육아일기를 책으로 펴낸『단비엄마 바쁘대요』는 바로 이런 오늘의 젊은 엄마들의 고민을 떠맡아 외손녀를 키운 할머니의 고백적 기록이다.
박씨는 3남매 중 막내인 외동딸 내외가 미국유학을 가면서 맡긴 1년11개월 짜 리의 먹이기·입히기·가르치기 등 모든 수발을 도맡아 1년간 키우면서 느낀 어린 생명에의 사랑과 연민, 걱정과 근심, 보람과 기쁨, 어쩔 수 없는 자기희생, 함께 사는 친손자 등 아들내외를 향한 조심스러운 감정 등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또 5세 때 아버지를 잃은 딸에게 자신이 유일한 인생의 빽(?)」이었듯 엄마·아빠가 미국에 있는 단비에게도「빽」이 돼 주겠다고 다짐하는 어머니·딸·외손녀 여자3대로 이어지는 사랑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내 딸이 자기 딸(그러니까 나에게는 외손녀)을 나에게 맡기면서 할머니가 기르는 애는 행동도 굼뜨고 말도 느리다고 했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거의 마음을 놓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고 박씨는 썼다.
나중에 외손녀 잘 키웠다는 말을 듣고 싶은 할머니는 아이가 기침만 해도, 콧물만 흘러도 가슴이 덜컹해 병원을 찾는다. 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다고 쓴 딸의 편지틀 생각하며 할머니는 늘 갈등한다. 안쓰럽고 가슴아파 꼬마가 하자는 대로하다가도 버릇없는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당황한다.
소설가로서 글쓰는 시간도 빼앗기고 개인적인 친교, 외출도 거의 못하면서 단비를 키운 할머니는「아이는 애정을 빨아먹고 크는 나무고 그 애정이란 정성과 시간 같은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외손녀 단비를 맡은 91년 12월30일부터 시작된 이 육아일기는 1년이 다 돼 가는 92년 12월2일 미국뉴욕공항에서 딸 김양하씨 부부에게 단비를 안겨 주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도서출판 어린이 뜰 사 발행. 국판 2백86페이지, 값 4천3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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