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유세대결… 화장 바쁜 후보들/3당 “호화배역”찬조연사 경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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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후보와 연설원들의 TV·라디오연설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각 후보진영은 연설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보들은 현재 정책대결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예전의 대규모 세과시 집회는 앞으로도 어렵다는 인식에서 TV·라디오 유세야말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자당은 TV연설은 TV토론과는 달리 김영삼후보와의 득표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판단아래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민자당측은 특히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당선자가 TV토론에서 준수한 용모와 매끄러운 매너,적절한 의상 등으로 상당한 표를 끌어 모았다는 점을 중시해 전문분장사 등을 동원,김 후보 매무새 가꾸기부터 신경쓰고 있다.
김 후보의 첫 방송연설이 28일 오후 6시 KBS 제1TV에서 있는 것과 관련,박관용홍보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연설문 작성팀은 초고탈고 및 최종수정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설내용은 「깨끗한 정치와 강력한 정부」「한국병 치유와 신한국 건설」「경제자율화 추구의 신경제 확립」 등이 주요 주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조연격인 찬조연설원의 선정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들 연사로는 TV의 경우 정원식선거대책위원장,이명박·이순재의원,황산성변호사,탤런트 이정길씨를,라디오에서는 TV연사중 이명박의원을 곽수일서울대교수(경영학)로 바꾸는 등 각각 5명의 진용을 갖췄다. 이북출신으로 언변이 좋은 정 위원장은 실향민과 범여권의 안정희구세력을 염두에 두고 선정했다. 이명박의원은 도시샐러리맨 등 중산층 공략과 정주영국민당후보 견제용으로,이순재의원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선풍을 일으켰듯 김 후보의 「강력한 지도력」주창에 맞는 이미지를 연설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점이 기대돼 뽑혔다.
○…민주당도 역시 과거처럼 「야성 바람타기」가 어려운 현실인만큼 일시에 수백만 유권자에게 파고들 수 있는 것은 TV유세밖에 없다고 생각,김원기최고위원을 팀장으로 한 특위를 만들어 상당한 준비를 끝낸 상태다. 이와 함께 김대중후보도 틈나는대로 각각 분장사와 전직 여성아나운서로부터 조언을 받아 표정관리와 발음을 반복연습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30일 저녁 9시50분 MBC­TV를 통해 방송되는 첫 연설에서 성장과정·정계입문·민주역정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부드럽게 풀어나가 강성이미지를 없애면서도 야권정통성을 지닌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생각이다. 이어 수도권이 가시청권인 SBS­TV 2차유세에서는 주로 샐러리맨 등 중산층·주부층을 겨냥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찬조연설원은 이기택대표,김민석청년특보,한상진서울대교수(사회학),탤런트 정한용씨 등을 확정한 상태며 여성층공략을 위해 여성민우회장 한명숙씨를 선정했다.
○…국민당은 TV유세로 정 후보의 이미지 쇄신과 함께 그의 능력을 일거에 전파한다는 전략아래 봉두완홍보위원장,소설가 김한길공보특보,KBS심야토론 진행자였던 이인원홍보특보,방송작가 김수현씨 등으로 하여금 묘안을 짜도록 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정 후보의 이미 굳어진 언행·제스처를 굳이 고치지 않고 오히려 정 후보의 인생역정·경제 및 통일대통령론 등을 직설적으로 설명하는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찬조연설로는 화술이 좋은 김동길선거대책위원장이 정치문제를 만담조로 풀어가고 재무장관출신인 김용환의원은 정 후보의 경제업적을 홍보할 예정이다. 또 김복동의원은 이번 탈당소동과 관련해 민자당에 포문을 열면서 노심의 향배를 은근히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고 이밖에 이 특보와 김수현씨가 정 대표의 인간적 매력을 선전할 계획이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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