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여성 전용 칸」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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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철도청은 인천∼의정부와 수원∼의정부간 등 지하철 1호선 구간을 운행하는 전동차 2량을 여성 전용 칸으로 지정, 12월1일부터 운영할 방침이다.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하는 객실에서 남성으로부터 추행 당하는 여성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 전용 칸 운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철도청의 입장. 그러나 전철1호선을 공동 운행하는 서울시 지하철공사는『여성 전용 칸 운영은 아이디어로서는 새로울지 몰라도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지하철공사 한진희 사장은 25일 시청출입기자단과 만나『지하철을 운영하는 세계 34개국 중 여성 전용 칸을 운영하는 국가는 멕시코밖에 없다』고 밝히고『전동차를 늘리고 운행시간을 단축해 쾌적한 승차분위기를 조성하는 근본대책 없이 여성 칸을 설치하려는 것은 일시적 효과만을 노린 미봉책』이라고 몰아붙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관련 부서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책시행을 눈앞에 두고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티격태격 입씨름을 벌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철도청이 당초계획을 강행할 경우 당장 5일 후부터 전철1호선은 여성 전용 칸이 있는 전동차와 없는 전동차가 함께 운행돼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청과 지하철공사는 의견조정 노력도 없이 각기 「나의 길을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볼썽사나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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