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대선중립」뚜렷/출장줄고 선심사업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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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관변단체행사도 선거후로 미뤄/대선후보들 한파속 “표” 호소
14대 대선을 치르는 관청주변이 종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정부수립후 지난 2월 총선때까지 계속돼온 고질적 병폐인 공무원과 관변단체의 선거개입,이른바 관권시비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와 함께 각종 직능단체 행사·동창회·향우회까지도 특정후보 지지모임 오해 등을 우려,이미 약속했던 날짜를 선거뒤로 연기하는 등 자제분위기를 보여 중립·공명선거 동참바람에 발맞추고 있다.<대선기사 2,3,4,5면>
특히 선거때만 되면 순시·감단회 등의 명목으로 직·간접으로 관권지원을 일삼았던 각 부처 장·차관 등 고급관리들의 지방나들이가 씻은듯 사라졌고,부처별로 홍보계획까지 마련해 남발해왔던 선심성 정책발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와 관련,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못박고 나선 것은 선거사상 유례없던 자세다. 더욱이 선거때마다 선거개입 오해를 많이 불러일으켰던 새마을운동본부 등 관변단체들의 몸조심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관가의 자중=서울시의 경우 관권개입 오해와 시비를 막기 위해 관변·직능단체나 통·반장의 산업시찰과 단합모임 등 모두 17건의 선거전 행사를 선거후로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시켰고,선거전으로 예정됐던 공무원들의 망년회 등 모임도 연기 또는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말로 예정돼 있었던 종로구 새마을지도자 90명의 산업시찰(2박3일 일정)이 선거후로 연기됐고,성동구도 유공시민 3백15명의 산업시찰과 통·반장 80명의 산업시찰이 연기됐다.
경기도의 경우 선거가 끝날 때까지 36개 시·군 공무원들에게 오해의 우려가 있는 출장과 매년 연말 모범·장기근속·수상 공무원 1백20명을 대상으로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실시해오던 산업시찰을 일체 중단시키고,동창회·향우회 등의 모임 참석까지도 금지시켰다.
전주시도 10월 중순께 통·반장 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관변단체의 몸조심=경북도는 이달들어 각 시·군 새마을지도자협의회를 비롯한 모든 관변단체에 협조공문을 보내 단체활동을 대선이 끝날 때까지 자제해줄 것을 요청,일체의 공식행사가 없는 상태다. 경북도는 또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해오던 새마을지도자들에 대한 정신교육과 수련회 등도 중단했다.
새마을운동 부산시지부는 12월초에 갖기로 계획했던 독서경진대회 시상식을 취소했다. 새마을운동 경기도지부는 공명선거 캠페인이나 결의대회조차 하지 않기로 했으며 매년 36개 시·군 새마을운동 지부별로 40∼50명 단위로 실시해오던 산업시찰을 중단했다. 강원도 새마을운동지부도 올 업무분석과 내년도 사업계획을 위한 시·군협의회를 대선이후로 미뤘다. 또 바르게 살기운동협의회는 대선을 앞두고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12월초로 계획했던 경기총회를 내년초로 연기했다. 이 협의회 대구동구지회의 경우 12월5일 회원들의 친목을 위해 30명이 개인부담으로 내장산관광을 가려했으나 선심관광의혹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무기 연기했고,남구지회도 수안보 관광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한국자유총연맹도 12월초 실시키로 했던 시·군지부 주요간부 연찬회를 대선이후로 미루었다.
◇모임자제=재경 청송향우회의 경우 매년 12월초 대구에서 열고 있는 정기총회를 올해도 다음달 11일 대구 프린스호텔에서 열기로 하고 예약까지 해두었다가 대선이후인 19일로 연기하는 등 호텔예약동창회와 향우회·사회단체들의 모임이 거의 선거뒤로 연기되거나 취소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대구 금호호텔 한 관계자는 『모임예약 취소가 부쩍 많아진데다 각종 모임 예약이 대부분 대선후인 19일 이후로 몰려 손실이 크다』고 오히혀 하소연했다.
한편 14대 대선후보등록이 마감됨에 따라 정식 기호를 부여받은 각 후보들이 26일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 순회유세를 계속하며 초반기선잡기에 열을 올렸다.
김영삼 민자·정주영 국민당후보는 이날 영·호남지역을 찾아 지역감정 해소방안을 제시하는 등 정책대결을 벌였고,김대중 민주당후보는 이날 하루 유세를 쉬고 초반전략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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