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숙적'소니·도시바 또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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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화질의 차세대 DVD 시장장악 경쟁에서 소니의 '블루레이'가 도시바(東芝)의 'HD-DVD'에 한판승을 거뒀다. 하지만 도시바가 시장확대를 위해 저가 노트북 컴퓨터에도 HD-DVD를 장착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양측 경쟁은 보다 치열해 지고 있다. 1980년대 VCR시장을 둘러싸고 소니(베타방식)와 마쓰시타 (VHS방식)사이에 벌어졌던 표준 전쟁이 DVD로 바뀌어 다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당시 소니는 마쓰시타에 밀리는 쓴맛을 보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미국 최대의 DVD.비디오 체인인 블록버스터사가 사실상 블루레이 방식 제품만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1700개 매장 가운데 1450개 매장에서 블루레이 방식 DVD만 판매키로 한 것이다. 나머지 250개 매장에서는 두 방식 모두를 공급하지만 워낙 매장 수에 차이가 크고 영화처럼 다른 분야에 대한 파급효과 때문에 도시바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도시바가 HD-DVD를 자사가 생산하는 개인용 노트북 전 기종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한 해 1000여만대의 노트북을 파는 업계 4위 기업이다. 기존에는 고급기종에만 HD-DVD를 탑재했지만 올 여름부터 10만~20만엔대에도 장착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DVD보다 화질이 뛰어나고 저장용량도 큰 차세대 DVD개발은 크게 소니 진영과 도시바 진영으로 나뉘어 진행돼 왔으며 지난해 도시바.삼성전자.소니가 플레이어(재생기)를 내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DVD플레이어 뿐 아니라 영화.게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은 상당수 제조업체와 영화사가 두 방식 모두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지만 시장 판도에 따라 어느 한쪽 제품만 생산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블루레이와 HD-DVD 양 진영은 시장 확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영화.게임기.컴퓨터 등 곳곳에서 맞서고 있다.

영화의 경우 현재 블루레이가 다소 우세하다. 소니 필름.월트디즈니.20세기 폭스사가 블루레이 DVD타이틀만을 공급하고 있으며 HD-DVD방식만 공급하는 업체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유일하다.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는 양 방식 모두를 공급한다. 게임기는 소니가 자사의 플레이 스테이션3(PS3)에 블루레이를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반면 PS3의 경쟁기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는 HD-DVD를 채택하고 있다. 가격경쟁도 한창이다. 도시바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소니는 이달 초 블루레이 방식의 소니DVD 플레이어를 499달러로 100달러 내렸다. 하지만 도시바는 자사 제품은 300달러 선이어서 여전히 가격에서는 우위라는 입장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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