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설비는 건설의 핏줄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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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건축의 부속물 정도로만 취급받았던 설비 분야가 그 위상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20일 건설의 날을 맞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주는 '자랑스런 건설인상'을 받게 된 설비건설업체 우진I&S의 홍평우(63.사진) 회장은 "건축이 눈에 보이는 예술이라면 설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상은 연합회가 한국 건설산업에 큰 공로를 세운 인물에게 10년마다 주는 상. 1997년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최종환 삼환기업 회장 등이 받았다. 홍 회장의 수상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지금까지 대형 건축.건설업체에 돌아가던 영예의 상이 처음으로 설비업체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건축에서 전문 설비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75년 '우진설비'를 설립하면서 설비건설업계에 투신한 홍 회장은 건설.건축의 하도급업체 정도로만 여겨져 오던 설비업계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89년에는 5000여 설비건설업자로 구성된 '대한설비건설협회'의 창립을 주도했고, 99년부터 3년간 회장을 맡기도 했다. 회장 시절에는 대형 공사 때 설비분야에 대한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과거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맡은 시공업자가 설비업자에게 하청을 주던 관행을 개혁한 것이다.

"설비는 건축의 혈류 같은 거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물과 가스를 공급하는 등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따지고 보면 다 설비의 힘입니다."

홍 회장이 경영하는 우진I&S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월드컵경기장.한국국제전시장(KINTEX).ASEM빌딩 같은 주요 건축물의 기계설비공사를 맡았던 매출 600억원대의 중견업체. 반도체 클린룸에 들어가는 친환경 배기관(덕트)을 개발해 국제적 인증을 받는가 하면 고층빌딩용 배관을 위한 신공정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도 뛰어나다. 유명 제과업체인 신라명과 사장도 맡고 있는 홍 회장은 소년소녀가장 및 독거노인 등을 위한 '사랑의 빵 나누기' 운동을 펼치는 등 사회공헌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시상식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건설 60주년 기념 건설의 날' 행사에서 이뤄진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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