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감속성장 이렇게 본다/문학모 한은 조사2부장(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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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장률보다 경쟁력 향상 시급/안정기조·산업구조 조정 꾸준히 지속돼야
연초 이후 지난 상반기까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온 우리나라 경제는 3·4분기에 들어오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세가 둔화되어 왔다. 그 결과 GNP 성장률도 3.1%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제계와 민간연구기관의 일각에서는 이러한 감속성장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내면서 정부 당국이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겪고 있는 성장둔화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그 근본원인을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보고 과연 성장력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냉철하게 반성해 보아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감속성장은 오늘날 세계경제의 큰 흐름인 개방화 확대 과정에서 한 나라 경제의 경쟁력 약화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철저히 인식하지 못한데서 초래된 구조적 병목현상이다. 기업의 경영혁신과 기술혁신,그리고 경쟁제한 적이고 불합리한 사회적 관행과 제도의 혁신을 통해서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끊임없이 키워가지 않고는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국제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물론 근로자나 정부 당국 모두 이를 등한히 한 결과가 누적되어 오늘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항은 GNP 성장률이 3%냐 아니면 4%냐 하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대외경쟁력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강조 되고 있는 경제안정화 시책과 우리나라 산업의 구조조정은 바로 그 목표를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두고 있기 때문에 비록 지금 우리 경제가 감속성장 속에서 상당한 고통을 받고있다 하더라도 이 두가지 기본정책만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꾸준히 지속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안정화 시책이 추구하는 기본목표는 첫째 물가안정·국제수지 개선 및 적정성장률의 유지같은 거시경제 목표의 달성,둘째 개별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채산성 극대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체질 강화와 같은 미시경제 목표의 달성,그리고 셋째로 경쟁제한적 제도나 관행의 개선을 통한 기업경영 여건의 개선과 경제효율의 극대화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한 총체적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한 나라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근의 감속성장 속에서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손쉬운 성장정책으로의 회귀보다는 안정기조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기업설비투자를 조심스럽게 확대시켜 가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조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통화 금융 및 재정면에서의 안정화 시책과 함께 첫째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제품의 차별화 및 고급화 실현,둘째 기술혁신과 합리화 투자 등을 통하여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산업의 대외경쟁력 회복,세째 기업의 경영혁신을 통한 수익성 제고와 재무구조의 개선노력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산업구조 조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경제의 개방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국제경쟁력 강화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 배양과 대내외 균형유지의 성패를 판가름 하는 선행조건이라는 점을 모두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고,국제경쟁력 강화는 경제안정화 정책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적정통화 공급과 적정규모의 재정운용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안정정책의 기본틀은 재삼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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