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비행기 이-착륙 "내 손에 달렸다"|운항관리 사 아시아나 항공 박문영 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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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시아나 항공의 운항관리 사 박문영 대리(35)는 가정으로 치자면 주부쯤 되는 일을 하고 있다. 조종사「남편」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비행기를 뜨고 내리게 하는 결정은 전적으로 운항관리사의 손에 달려 있다. 기상조건·활주로 사정·비행기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운항관리 사는 운항스케줄을 변경시킨다.
『고객서비스와 회사매출에 직결되는 운항여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비행취소 결정을 내릴라치면 불평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해 안타깝고 죄스런 마음이지요. 회사측에도 미안한 마음은 매한가지입니다. 운항취소로 막대한 손실을 입힌 셈이니까요.』박씨는 그러나 이런 경우 승객의 안전을 위한 최상의 결정이라는 생각으로 자위한다고 말했다.
공군 관제 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난 89년 8월 아시아나에 입사한 박씨는 이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현장감이 뛰어난 운항관리 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는 입사한지 6개월이 못된 91년 1월 제주공항에 근무하면서 예의 현장감을 살려 운항취소 결정이 내려질 뻔했던 서울 발 제주 착 비행기를 살려(?)냄으로써 자질 있는 운항관리 사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당시 강설량은 제주공항의 기준으로 볼 때 비행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박씨는 바람이 세게 분다는 점을 감안, 사무실을 뛰쳐나가 눈으로 손으로 활주로 상태를 확인했다.
바람 때문에 눈은 활주로에 거의 쌓일 새도 없이 날려 버렸고 활주로의 미끄럽기도 착륙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한 박씨는 운항결정을 내렸다. 경쟁사도 박씨를 따라 운항결정을 내림으로써 많은 신혼여행객은 물론회사에서도 즐거움(?)을 안겨 줬다.
국내선의 경우 1회 왕복결항은 평균 2천만원, 국외 선은 1억 원 내외의 손실이 발생한다. 운항여부 결정은「회장도 간섭 못하는」운항관리 사들의 고유권한이지만 승객서비스와 회사이익이 맞물려 있기 까닭에 박씨는 이를「피를 말리는 결단」이라고 표현한다.
24시간 교대근무로 집에 못 들어가는 밤도 적지 않지만 『눈만 뜨면 날씨부터 살피는 등 직장 일을 걱정해 주는 아내가 실로 고맙다』는 박씨는 휴식 짬짬이 두 딸과 열심히 놀아 주는 자상한 아빠이기도 하다. 업무상의 특성 때문에 농고출신임에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방송통신대를 다니며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박씨의 월 급여는 1백60만원 가량.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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