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기금|정부서 곶감 빼먹듯 "잠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정부의 무계획적인 행정으로 잠식당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체육부문예산의 상당부분을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충당할 방침인데다 올해 이 기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가 손해까지 보는 등 원칙 없는 행정으로 기금을 관리, 국민체육진흥기금이「정부의 봉」이냐는 비난을 듣고 있다.
체육청소년부는 강원도 고성 진부령에 건립키로 한 국가대표전용 제3선수촌 건립 비, 1백30억 원의 대부분은 물론 바르셀로나 올림픽 기념사업으로 치러질 육상·배드민턴 등의 국제대회(예산 6억 원)등 상당사업을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전용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체육청소년부는 당초 국가예산으로 이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기획원이 예산을 삭감하자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88서울올림픽의 잉여금과 체육기금 4백51억 원 등을 기반으로 89년부터 조성, 그 사용처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지휘·감독해 온 체육청소년부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생활체육협회지원 등 일부사업에 예산을 전용함으로써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계의 불만요소로 작용, 자칫하면 정부와 체육계가 마찰을 빚을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규정에 따르면 체육진흥기금은 ▲88올림픽 기념사업 ◆체육진흥사업▲청소년육성사업 등에만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더욱이 체육진흥기금이 올해 말로 당초 목표였던 5천억 원이 달성될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93년에는 체육계의 과실 금 분배요구가 대폭 늘어나게 됐고 공단은 자체의 미사리 조정호 개발·케이블TV사업참여·경륜사업 등으로 많은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시점이어서 기금운용계획이 빽빽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체육청소년부는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사업예산을 공단기금으로 충당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또 공단은 정부방침에 의거, 올 들어 약 23억 원을 투자해 42개 사의 주식 11만1천6백 주를 매입했으나 주식시세가 크게 떨어져 지난10월말 현재 8억 여 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경기단체들은 벌써부터 『정부가 기금이 5천억 원이 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해서 그동안 자제해 왔다. 그러나 목표가 달성된 이상 과실 금의 절반 또는 2백억 원 이상은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 돌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체육청소년부는 체육진흥기금 과실 금의 분배를 공정하게 처리하고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체육회·청소년단체 등 이 참가하는 공청회를 개최, 방안을 올해 안에 확정할 예정이다. <임병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