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전주」협박 못이겨 이씨 자살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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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천투금 돈 애써 갚은 것과 관계된듯/금융가에선 “거물정치인·지하경제 큰손”소문
전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이희도씨의 죽음은 이 지점장의 자금운용에 깊숙이 개입해온 「숨은 전주」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검찰·금융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돼 관심을 끌고있다.
이같은 분석은 당초 이 지점장과 「특별한 거래관계」가 의심되는 인천투금의 「이해하기 어려운 자금운용」이 밝혀지면서 제기돼 이 지점장의 자살 직전 「14일 밤 기민건설 회동」이 공개되면서 표면화됐다. 검찰은 기민건설 사무실에 「이 지점장과 사채업자 김기덕씨,그리고 대신증권 직원 3명」외에도 2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당초 설명했다.
검찰은 24일 추가설명에서 이들도 모두 대신증권 직원들로 당시 기민건설 사무실에 8명의 대신증권 직원들이 있었다고 했으나 궁금증은 남는다. 8명의 직원이 몰려갔다는 것도 이상하고 이들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끼여 있을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제3의 인물」은 「숨은 전주」이거나 그 대리인 또는 하수인일 수도 있다는 추리다.
3월부터 이 지점장과 1천억원대의 CD거래를 해온 인천투금의 CD매입 과정과 자금조성·운용에서도 「숨은 전주」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 많다. 우선 총 여·수신 규모가 3천억원을 밑도는 단자사가 무슨 여유자금이 있어 몇백원대의 CD를 구입했으며 최근 자금사정이 빠듯했음에도 CD를 유통시키지 않은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인천투금은 CD를 구입하면서 발행금리보다 최고 4%포인트나 높은 금리를 웃돈으로 얹어 받는 특혜를 이 지점장으로부터 받은 사실도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이 지점장이 자살직전에 공(무자원) CD를 발행하는 「최후수단」까지 동원,인천투금의 돈을 갚아준 것은 왜였을까.
가장 빚을 많이 진 채권자에 대한 채무자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이행으로 볼 수 있으나 그렇게라도 성의표시를 하지 않으면 안될 거물급 전주의 존재를 상정해볼 수도 있다. 그 전주가 만일 관리를 맡긴 자기 돈에 「탈」이 난 것을 알고 폭력이나 다른 방법으로 협박해 왔다면 이 지점장으로서는 죽음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란 풀이다.
금융계에서는 이와 관련,이 전주가 거물 정치인이라는 설과 「검은 돈」을 주무르는 지하경제계의 숨은 실력자라는 소문이 사건 직후부터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이같은 추측은 당국의 수사를 통해 명쾌히 해명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어 「지하경제를 둘러싼 검은 루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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