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채업자들 “아지트”/황의삼씨와 「한미실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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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리업위해 세운 “돈놀이 회사”/「사채전문」 직원 10명 모두 “사장”/한미/「회장」행세 황씨,집은 “24평 연립 지하실”
가짜 CD를 유통시켜 거액을 챙긴뒤 미국으로 도주한 사채업자 황의삼씨(54)는 강남일대 사채시장에서 「황회장」으로 불리며 수백억원대의 돈을 주물렀던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75∼78년 서울 청담동에서 건축자재판매업을 했던 황씨가 사채놀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89년 정모씨(52)와 함께 서울 신사동에 「한미실업」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황씨는 유인물 및 신문광고 등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담보설정·약속어음 확보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2.5∼3%의 선이자를 제한뒤 대출해주는 방법으로 돈놀이를 해 상당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한 사무실 직원들은 황씨는 「회장」으로 통하고 그 밑에 「사장」으로 불리는 사채업자 10여명이 직원으로 일했으며 이들의 한미실업사무실은 강남일대의 사채업자들이 모이는 아지트로 사용됐다고 말하고 있다.
황씨는 평소 정씨에게 대부분의 실무를 맡겨왔고 잠적하기 직전에는 사무실 명의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정씨에게 위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씨 잠적이후에도 1주일에 며칠씩 나오던 여직원은 가짜 CD사건이 보도된 보름전부터 완전히 발길을 끊어 한미실업 사무실은 10여개의 책상과 팩시밀리·컴퓨터 등 사무용기기와 고객용 소파만이 쓸쓸히 남아 있다.
사무실 책상서립 등에서 발견된 고객들의 대출신청서는 대부분 억대단위였으며 월 2.5∼3%의 선이자와 사례비조로 대출금액의 5∼10%를 미리 공제한다는 약관이 명시돼 있어 황씨 등이 돈놀이로 큰 수익을 올렸음을 짐작케 했다.
황씨는 자신의 신분이 주위에 노출되는 것을 염려한듯 서울 송파동 광동연립주택 지하 24평짜리 허름한 집을 전세로 얻어 검소한 생활을 해왔으며 이웃들과도 거의 교분 없이 지냈다.
황씨는 9월초 미국으로 도피할때 부인과 두딸을 데려갔으며 서울에 남은 대학생 아들(21)도 집을 나가 행방을 감추고 있다.
기자가 LA에 있는 황씨의 친척집에 전화로 확인한 결과 황씨는 현재 LA소재 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으며 친척들에게 『관광차 잠시 들렀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유철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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