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씨가 주장하는 “이 지점장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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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살 1시간전까지 함께 있었다”/이씨에 “CD대금 유용” 들었다/돈의 행방·자살 동기 등은 몰라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이희도씨의 CD 유통에 깊이 관여했던 사채업자 김기덕씨(43)는 CD 1백억원의 중개를 위해 이씨가 자살하기 1시간 전까지 이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CD 매각대금은 이씨가 유용했으며 유용자금의 행방과 이씨의 자살동기에 대해서는 모른다. 나도 피해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김씨가 오랜기간 이씨와 거래해왔고 자살직전 이씨에게 어음사고에 대비한 담보 등을 요구한 점에 미루어 거짓 진술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씨는 자살 이틀전인 13일 오후 8시쯤 서울 반포동 김씨 아파트에 찾아와 CD 1백억원의 중개를 부탁했다.
이에 따라 자살 하루전인 14일 오전 10시30분쯤 김씨는 대신증권으로부터 CD 매입의사를 통보받고 이 사실을 전화로 이씨에게 알려준뒤 오후 1시 명동 로얄호텔 커피숍에서 대신증권 직원을 만나 CD매입자금 96억6천1백83만원을 수표 7장으로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곧 지점 맞은편에 있는 「케익파라」제과점 2층에서 이씨를 만나 대신증권 수표를 건네주었으나 이씨는 『가짜 CD파동으로 특검이 나와 「물건」은 갖고 나오지 못했다』며 CD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CD를 가지러 간다며 은행으로 간 이씨를 30분동안 기다렸으나 나타나지 않자 김씨는 오후 1시45분쯤 은행으로 찾아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이씨로부터 CD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씨가 대신증권 직원이 기다리고 있던 로얄호텔 커피숍으로 가던중 자신에게 『CD매입 자금을 다른 계좌에 입금시켜 유용했다. 월요일까지 CD를 회수해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2시 로얄호텔에서 대신증권측에 CD를 넘겨주었고 김씨가 어음사고에 대비한 담보를 요구하자 이씨는 롯데쇼핑이 발행한 1백억원짜리 어음을 김씨에게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씨는 오후 3시30분쯤 로얄호텔을 나와 김씨와 함께 이 어음의 확인을 위해 서울 서초동 김씨가 대표로 있는 기민건설 사무실로 가 곧이어 도착한 대신증권 직원들과 함께 이씨를 추궁,이씨로부터 롯데의 개발신탁증서 50억원짜리 4장을 담보로 건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오후 11시30분쯤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신증권측은 이 부분에 대해 『김씨로부터 CD매각을 취소하면 안되겠느냐고 전화제의가 와 이미 수협에 CD를 매각한 상태에서 사건수습을 위해 기민건설에 갔던 것』이라고 밝혔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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