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비디오 5편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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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릴린 먼로라는 이름은 이제는 단순한 성적 심벌에서 벗어나 일종의 문화사적인 신화로 기록되고 있다.
50년대 전세계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 매혹적인 여인은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스타 이미지를 조작하는가를 보여주는 예증이면서 동시에 스타라는 짐을 짊어진 한인간이 어떻게 황폐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 할리우드라는 신화를 본격적으로 분석해 보지 못한 우리는 마릴린 먼로라는 스타에게서 보다 많은 것을 해독해 내야 할 것이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먼로는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다.
올해는 숱한 의혹 속에서 서른 여섯 해의 짧은 생애를 마친 먼로의 30주기를 맞아 세계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잇따른 한해였다.
전세계적인「먼로 열기」의 재연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마릴린 먼로 컬렉션』시리즈로 5편의 작품이 선보이게 되었다.
첫 작품으로 출시된『7년만의 외출』은 지하철 통풍구에서 불어 나온 바람에 말려 올라간 먼로의 치맛자락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는 코미디물이다.
빌리 와일더 감독이 1955년에 만든 이 작품은 가족을 피서지에 보내고 혼자 생활하는 샐러리맨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모의 모델(마릴린 먼로 분)과 벌이는 애정행각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앞으로 출시될『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등의 작품은 먼로를 흠모하면서 성장했던 많은 올드 팬들에게 깊은 감회를 자아낼 것이다. 하지만 먼로 사후 30년만에 다시 그녀의 영화를 본다는 것이 단순한 회고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깃에 우리는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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