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팔이 아저씨의 꿈은 오페라 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40세의 평범한 휴대폰 판매원이 전 세계 네티즌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외모, 우스꽝스러운 묘기가 어울릴 듯한 그에게서 '천상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폴 포츠(Paul Potts), 일반인들이 나와 자신의 재주를 뽐내는 영국 ITV1의 '브리턴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브리턴스 갓 탤런트'는 6세 꼬마 코니 탤벗이 출연해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면서 화제가 된 바 있는 프로그램.

폴이 처음 방송에 등장한 것은 9일(이하 현지시간). 무대에 등장한 폴이 "오페라를 부를 것"이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은 비웃음 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주가 시작되자 모두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폴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멋지게 불렀다. 암 투병 중인 세계 정상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70)가 지난해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불렀던 유명한 곡이다. 평범한 옷차림, 영국 남부 웨일즈에서 휴대폰을 팔고 있는 남성의 노래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폴의 노래는 여러 사람의 가슴을 흔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방청객과 심사위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폴에게 박수를 보냈다. 심사위원들은 "당신은 정말 환상적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다"는 등의 찬사를 보냈다.

폴은 14일 이어진 준결승에서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를 불러 가볍게 결승전에 진출했다. 17일 있었던 결승에서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다시 불렀다. 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방청객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는 결국 브리턴스 갓 탤런트의 우승자가 됐다.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8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위한 '2007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출연 기회도 얻어다.

그의 연주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세계적인 UCC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를 비롯해 판도라TV(www.pandora.tv) 등 국내 포털 사이트에도 빠른 속도로 옮겨지고 있다. 종양과 교통사고 등 그를 따라다닌 악재는 많았지만 그는 꿈을 잃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도 덧붙여졌다. 영상을 본 한 네티즌(ID dobe92)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굴곡이 많은 삶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지키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폴 포츠의 동영상은 계속 여러 사이트로 옮겨져 사랑 받고 있다.

"우린 평범한 직업을 가졌지만 놀라운 재능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심사위원의 한마디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김윤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