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채인택 런던취재기 #9] 다이애나 왕세자비 추모 걷기 길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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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다이애나에 대한 추모 열기

다이애너의 시댁인 버킹검궁-행복과 불행의 시발지
그린 파크는 버킹검 궁으로 이어집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거처지요. 81년 7월29일 다이애나는 세인트 폴 성당에서 찰스 왕세자와 동화와 같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오픈 카에 오른 이 커플은 환호하는 군중에 손을 흔들며 버킹검궁으로 들어왔습니다. 버킹검 궁에 도착한 커플은 중앙 발코니에 나타나 군중 앞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눴지요. 다음날 영국은 물론 전세계 수많은 신문은 이 사진으로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다이애나는 81년 7월29일 세인트 폴 성당에서 찰스 왕세자와 동화와 같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61년 7월1일생이니 만 20세 생일을 갓 넘긴 직후 바로 왕자님을 만났군요. 그런데 왕자님이 48년 11월14일생이니 결혼 당시 만 32세. 띠동갑+1.
오픈 카에 오른 이 커플은 환호하는 군중에 손을 흔들며 바로 이 길을 지났습니다. 버킹검 궁에 도착한 커플은 중앙 발코니에 나타나 군중 앞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눴지요. 다음 날 영국은 물론 전세계 수많은 신문은 이 사진으로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영국인이 ‘독일’인이라고 부르는 영국 왕실
하지만 동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찰스의 배신, 그러니까 카밀라 볼스를 향한 그의 끝없는 연정. 영국인들이 실망할 때마다 ‘독일인’(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다음에 따로 부록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이라고 부르는 왕실 내부의 차가운 분위기. (사실은 그렇지 않고 적응 문제가 더 크다는 주장도 많습니다만) 그리고 맞바람. 결론은 이혼이었죠. 96년 8월28일이 공식 이혼일입니다. 동화는 16년을 갓 넘겼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전에 마감을 했습니다만.
결혼 16년 뒤 다이애나를 실은 장례 마차는 버킹검 궁을 지나갑니다. 충격에 빠져 말을 잊은 군중을 뒤로 한 채. 올 때는 환호를, 떠날 때는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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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팁!)카밀라 볼스는 지금은 공식 명칭이 콘월 공작부인(Her Royal Highness The Duchess of Cornwall)입니다. 2005년 결혼한 남편 찰스가 프린스 오브 웨일스(왕세자)여서 법적으론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The Princess of Wales: 왕세자비)이지만 이 호칭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이애나를 떠올리게 하므로 다른 이름을 택했다고 합니다. 찰스는 콘월공작, 로스시 공작(스코틀랜드 작위)의 작위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볼스는 전 남편의 성입니다. 결혼 전 이름은 카밀라 로즈메리 섄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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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팁!)영국 왕실의 이름은 윈저이지만 실제로는 작세-코부르크-고타 가문입니다. 하노버 왕조의 마지막 국왕인 빅토리아 여왕이 그 가문 출신의 남편 앨버트와의 사이에 낳은 자식들의 후손이 지금 왕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왕조는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이름을 윈저로 바꾸었습니다. 왕실이 좋아하는 런던 교외의 성 이름입니다. 하노버 왕조는 모두 독일인과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인 외척이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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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제임스 파크

영국 왕실 이혼사의 원조 격인 헨리 8세의 흔적
버킹검 궁에는 모두 660개의 방이 있답니다. 이 가운데 18개만 공식 행사용입니다. 나머지는 왕실이 ‘집안용’으로 사용한답니다. 쉽게 말하면 18개만 나라 것이고 나머지는 가족용이라는 것이지요. 보라색과 황금색으로 이뤄진 대관식 방을 비롯한 18개의 방은 매년 여왕이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는 8월부터 9월까지 일반에 개방됩니다. ‘가족용’ 방은 절대 공개가 안 된답니다. 청와대도 이렇게 공개하면 안 되나요? 관람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그런가...
버킹검 궁전 뒤로 세인트 제임스 공원이 있습니다. 16세기 그 유명한 헨리 8세가 만든 곳이지요. 스페인 아라곤 왕가 출신의 캐서린과 이혼(법적으론 혼인 무효)하기 위해 로마 교황청과 결별하고 가톨릭 대신 영국 국교회를 세운 왕 말입니다. 『유토피아』를 쓴 세기의 교양인이자 지식인 토마스 모어를 가톨릭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을 잘라 버린 그 잉글랜드 왕 말입니다.
이혼 명분은 왕위를 이을 남자 후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캐서린은 자녀를 여섯이나 낳았지만 살아남은 아들이 한 명도 없이 딸 메리 생존했습니다. 부친 사후에 여왕이 되었지요)

다이애나가 결혼식 전야를 보낸 세인트 제임스 궁전
세인트 제임스 공원은 런던 공원 중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입니다. 백조와 오리, 그리고 부리 아래가 처진 펠리컨으로 가득한 연못이 특히 매력적이더라고요.
근처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궁전은 헨리 8세 때 지은 것으로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의 하나라네요.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항상 두 명의 왕실 경비대 소속 병사가 지키고 있습니다. 이전에 말한 대로 ‘무서운 군인’들입니다.
이 궁전을 기억해야할 이유는 수많은 이혼으로 유명한 헨리 8세에 있지도 않고, 오래된 건물에 있지도 않습니다. 사납다는 영국 왕실 경호대에 있지도 않고요. 이곳은 찰스 왕세자가 92년 이혼한 뒤 옮겨 살기 시작한 공식 거처입니다. 이혼 전에는 다이애나가 이 궁전에 자신의 사무실을 두었다. 다이애나가 파리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뒤 그 시신은 전 남편 찰스에 의해 이 궁전에 있는 ‘채플 로얄’, 즉 왕실 예배당으로 옮겨졌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클래런스 하우스가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모후가 살던 곳으로, 다이애나는 이곳에서 81년 결혼식 전야를 보내기도 했답니다.

상업적인 ‘다이애나 산업’과 대조적인 ‘다이애나 걷기’
다이애나를 진정으로 추모하고 싶다면 이 길을 걷는 걸 추천합니다. ‘다이애나 산업’이라고 비난받는 상업적인 기념품 가게를 이용하기보다 말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다이애나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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