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회」 파문수습에 최 국방이 직접나선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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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치문제 비화차단/군 스스로 해결의지/대선앞두고 잇단 비리… 국민의 군불신 증폭/“놔두면 더 확산” 핵심장교 요직제외 등 결단
일주일 가까이 확산조짐을 보였던 「알자회」파문이 차츰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세창국방장관은 「알자회」파문이 시작된지 닷새만인 17일 기무·수방사령관 등 국방부 직할부대장들을 중심으로 월간회의를 소집,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장병에 대한 엄중조치를 지시하는 등 직접 사태진화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수도권부대 주요 지휘관들은 군수사 폐장비 불하사건,전방지역 하사관의 휴가비횡령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군명예실추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알자회」파문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육군지휘부의 수습방안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수습에 부심하고 있는 육군수뇌부는 최초 일부 핵심관련 장교들에 대한 보직을 해임(8명)한데 이어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특별인사관리대상으로 분류,장차 주요보직에는 절대 임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이같은 방침은 사실상 육군지휘부가 고심끝에 선택한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더이상의 사태확산을 차단,군내부문제로 끌어안은 다음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나회」이후 군내 최대 사조직으로 알려진 「알자회」가 새어나가자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자칫하면 이것이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야당은 국방위소집을 요구하고 나섰고 김영삼민자당총재가 『군내 사조직이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점 등은 정치적 전환기에 군의 위상을 보는 국민의 시각이 어떤 것인지를 암시해주고 있다.
「알자회」파문이 이처럼 예상밖으로 확산된데는 오랫동안 누적돼온 군민간의 갈등과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
최근 언론의 보도에서 보듯 「알자회」파문이 터지자 국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군의 동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나타냈다. 때문에 알자회사건은 이런 관심들과 얽혀 더 증폭된 감도 없지 않다.
처음 알자회 파문이 시작됐을 때만해도 군은 뼈아픈 자기반성의 계기로 받아들이고 수습노력을 벌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이것이 확대되고 희화화되는 경향마저 보이자 문제해결보다는 기왕의 상처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몰아갈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갖게된 것이다.
육사 37기출신의 비알자회원인 한 소령은 『알자회 파문은 육군수뇌부의 수습노력과 당사자들의 자제로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하고 『일부 젊은 장교들의 반발이 없진 않으나 그것이 집단행동에나 나서는 것처럼 과장되는 것도 우려할 사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남세가 지배하던 군부대에 대한 반발심리,군내부의 진급·처우에 대한 불평등이 이번 기회에 일시에 터져나와 군내부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군내부의 불평이 외부로 새어나가고 언론기관에 잇따른 제보가 제공되기도 했던 것.
때문에 군으로서도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는 등 조기수습을 강구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육군수뇌부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기왕의 수습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공은 이제 육군의 울타리 안으로 넘어갔다.
총장의 지시를 무시한 관련장교들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되 나머지 비알자회 장교들이 갖고 있는 수뇌부에 대한 의구심도 말끔히 해소될 수 있도록 명백하고 제도화된 조치들이 따라야 할 것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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