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다지는 미 선거교육/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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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대통령선거 운동과정에서 학교가 하는 역할을 보면 민주주의적 관습은 교육을 통해서 전수되고 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각급 학교에서는 대통령선거철이 되면 사회과목 시간의 많은 부분을 선거로 할애한다.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선거가 공부의 주요 주제가 되는 것이다.
국민학교 1학년 교실벽에도 조지 부시,빌 클린턴,로스 페로 사진이 나란히 걸리며 모의투표도 실시된다. 선생님들은 이러한 일들이 선거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국민학교 고학년만 되면 각반에서는 각자가 뽑고 싶은 후보를 선택,그룹을 만들어 왜 그 후보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게 한다. 그만큼 학생들은 준비도 많이 해가야 한다.
매주 일요일 신문의 어린이판에 나오는 기사를 오려가기도 하고 각 후보가 내세우는 주장이 무엇인지 정리해 가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지지이유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토론이 국민학교 6학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는 좀더 높은 토론이 이루어진다.
미국 대통령은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느냐도 주제가 된다.
『최소한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마약을 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혼한 사람이어야 한다』 『전과가 없어야 한다』는 등이 제시되면 이에 대한 토론도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은 어느 후보가 좋다는 등의 의견제시를 일절 하지 않고 학생들간의 토론으로 세후보에 대한 장단점이 드러나게 한다.
또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미국의 정치제도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은 무엇이며 의회와 대법원간의 관계는 어떠하며 선거인단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등을 배운다. 투표날 학생들에게 부모와 함께 투표장에 나가 어떻게 투표를 하는지 보고 배우도록 장려한다.
따라서 기표장에 부모 손을 잡고 들어가는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민주제도와 절차에 대해 어렸을때부터 실제로 익히고 배우게 하는 것이다. 지난 87년 우리의 대통령선거때 학교에서 모의투표를 했다해 『학교에까지 정치바람이 휩쓴다』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러한 일들을 무조건 비판할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으로 이용할 수 있게 지도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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