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도 개성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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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배 속에 있는 편안한 아기처럼 묻히고 싶어요. 둥그런 모양의 관을 만들어 주세요."

요즘 영국 사회에서는 특이한 모양의 관(棺)이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AFP가 17일 보도했다. 고급 자동차 롤스로이스를 본떠 만든 관이 나오는가 하면 기타.발레 신발.스케이트보드.연.비행기 모양도 만들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유행을 주도하는 곳은 잉글랜드 노팅엄에 있는 관 제작업체 '빅펀 앤드 컴퍼니'. 130년 역사의 이 회사는 2000년부터 '기발한 관(Crazy Coffins)'이라는 주제 아래 각양각색의 관들을 제작해 왔다.

이 회사 존 가일 사장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 비행기 모양의 관을 만든 것이 '기발한 관'의 출발이 됐다"며 "당시 관을 만드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특한 모양은 대개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것"이라며 "어떤 모양을 주문해도 거절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원칙에 따라 한 커플을 위해 바지선 모양의 관을 만든 적이 있는가 하면 대형 쓰레기통 모양의 관도 제작했다.

모양이 특이한 관은 우선 제작기간이 길어 가격도 비싸고 크기 때문에 매장 시 다른 관의 두 배 정도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최근 이 회사가 제작한 롤스로이스 모양의 관은 제작 기간 2주일에 7000여만원이 들었다. 지나치게 튀는 모양의 관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은 평범하게 생긴 관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동물이나 오토바이, 축구팀 로고를 손으로 직접 그려 넣는다.

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재활용 종이나 대나무 등을 사용한 관도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100% 재활용 강화 종이로 만들어진 관을 500개 판매한 에코팟의 창립자 헤이절 셀리나는 "매년 판매가 10%씩 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유럽 국가를 비롯한 미국.캐나다 등지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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