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갖는「꼬마 화가」|내달 중앙문화센터서 전시회 5세 이보름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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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다섯 살 짜리 꼬마화가가 전시회를 갖는다. 두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 왔다는 이보름 군(서울 강남구 대치동)이 그 주인공. 이 군은 내달 13∼17일 서울 중앙문화센터에서 또래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그간 갈고 닦아 온 그림 솜씨를「작품」으로 보여준다.
『성난 고래』『점잖은 악어아저씨』『장난하는 개구리』등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군은 동물들을 즐겨 그린다. 그러나 최근 이 군의 작품에는『길가 공사장』『차를 고치는 아저씨들』등 제법「사회성」짙은 주제도 등장한다. 이 군이 지금까지 그려 온 그림은 대략 2만5천 점 정도. 어머니 김인실씨(35)는『보름이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한번 본 것을 빨리 그림으로 옮길 줄 안다』고 말한다.
사마귀나 코끼리 같은 제법 형태가 복잡한 그림도 대략 10초 이내에 쓱쓱 그려낸다. 윤곽을 두 번 이상 그리는 법이 없다. 4B연필 한 자루로 12호 화지 한 장을 가득 채우는데 5분 남짓 걸린다. 그렇다고 이 군이 그림을 대충 그리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자동차 그림에는 차체에 그려진 마크며 바퀴의 상품명까지 빠뜨리지 않고 등장한다.
이 군은 또「사실적」묘사에만 매달리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예컨대『아파트에서 내려다본 쥐』같은 그림은 자기 집에서(이 군의 집은 8층)내려다본 쥐를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동물원에서(평면적으로)본 쥐를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것으로 상상해서 그린 것이다.
같은 동물이라 해서 표정이 항상 같은 것도 아니다. 화날 때, 기쁠 때, 슬플 때 표정이 제 각각이다.『사막의 낙타』같은 경우 그림의 상단에 별과 달을 그려 넣어 방을 설명한다. 표정 묘사가 불가한 사물의 경우『콩나물(음표)을 주위에 그려 넣는다』고 이 군은 말한다.
이 군은『엄마가 들려주는 동화나 길거리에서 본 것을 생각(상상)해서 그 팀을 그린다』고 소재 원을 공개한다. 이 군은 한번 연필을 들었다 하면 하루 수백 장(A4용지 기준)의 그림을 내리 그리기도 한다. 평소 새벽 2시쯤 잠자리에 드는 것도 그림 그리기에 열중해서다. 어쩌다 밤12시쯤「일찍」잠자리에 들었다 해도 새벽 네댓 시쯤 깨어 다시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이인호씨(39)가 회사에서 다 쓴 텔렉스용지를 화 지로 공급하지만 이것으로는 턱도 없을 정도로 이 군은 많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너무 많이 그려 팔이 아프다는 이 군은 그림의 바탕색은 칠하기 쉬운 물감으로 그리고 있다.
『그림에 대한 재능 외에는 보름이가 또래 아이들과 행동 등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며 어머니 김씨는『극성스럽지 않은 엄마로서 아이의 재질을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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