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욕망을 발견했어요” - 두 번째 사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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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14면

‘두 번째 사랑’은 김진아 감독이 세상에 내놓은 세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상업’영화다. ‘상업’에 방점을 둔 것은, 단지 제작과 배급의 경로 때문만은 아니다. 앞의 두 편(‘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그 집 앞’)이 감독 자신의 ‘독백과 같은 영화’였다면, ‘두 번째 사랑’은 멜로드라마라는 ‘상업적’ 장르의 틀 안에서 ‘여성의 욕망’이라는 자신의 화두를 다시 펼쳐보고자 하는 작가적 욕망의 산물이다. 여기서 ‘상업성’이란 자기 응시적인 탐색에서 세상을 향한 발언으로 한 걸음 더 나가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인 셈이다. ‘두 번째 사랑’은 그렇게 다시 읽고 쓰는 멜로드라마다.

★★★ 감독 김진아 주연 하정우ㆍ베라 파미가 러닝타임 101분

성공한 한국계 변호사의 아내인 소피(베라 파미가)는 전형적인 ‘고전기’ 멜로드라마의 여성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위기에 처한 중산층 가정’의 부인이다. 위기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시작된다. ‘아이’는 그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불안의 징후이자 욕망의 기표다. 소피는 그러한 욕망의 기표로서 아이를 욕망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욕망의 승인을 강요받는다. 그녀에게는 ‘신의 선물’인 아이를 전달해서 이 중산층 가정의 축복을 완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도’할 줄 모르는 그녀는 ‘건강한 정자’를 구입해서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 소피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과 ‘욕망’을 발견한다.

‘두 번째 사랑’은 그 ‘여성적 정체성의 발견’ 과정을 그려내는 ‘성장 영화’이자, 베라 파미가라는 배우가 펼치는 ‘신체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감독은 그녀의 섬세하고 미묘한 표정과 몸짓의 변화를 통해 영화를 ‘여성적 게스투스(gestusㆍ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개념으로 몸짓과 형태 등을 포함하는 행동의 세부묘사)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장르의 공식을 비틀고 전복시키는 그녀의 방식은 지나치게 ‘모범적’이어서 짜릿한 발견의 순간을 만날 수 없다. 마지막 장면의 ‘자의식 과잉’은 일종의 사족(蛇足)으로, 그 ‘2% 부족한 것’의 징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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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늦바람에 영화평론 공모에 응모했다가 ‘영화평론가’가 됐다는 변성찬씨.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공부하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표는 필자가 매긴 영화에 대한 평점으로 ★ 5개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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