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비평|처음으로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한국 현대 문학사상 최고의 비평가로 꼽히는 김 현(1942∼1990년)의 문학성과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곽광수씨(51·서울대 사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근간『문예중앙』겨울호에 실린 평론「외국문학 연구와 텍스트 읽기」에서 김 현의 주요 연구성과인 바슐라르 연구에 대해 원본의 오독, 비 실증적 태도 등 연구가 적 자세에 허점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62년「나르시스시론-시와 악의 문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김씨는 4·19세대 대표주자로서 일제시대 이래의 서구이식 문학사관을 극복, 한국문학의 새로운 위상 정립에 힘썼다.
사후2년이 지났어도 무게 있는 시인들에 의해 그에 대한 추모시가 쓰이고 있고 많은 평론가들이 그의 연구성과에 대해 찬탄의 글을 쓰고 있는 데에서도 그가 문학에 끼친 영향을 짐작하고 남을 만하다.
생전 김씨와 동료학자였고 바슐라르 연구에 대해 공저까지 펴냈던 곽씨는『이제 김씨에 대한 격앙된 찬탄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그의 업적을 평가할 때가 됐다』며 김씨에 대해 최초로 비판의 메스를 댔다.
곽씨는 우선 김씨의 바슐라르 연구인「행복의 시학」을 면밀히 분석해 가며『학문연구의 기본이라 할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대도의 결여』를 지적했다. 곽씨는「행복의 시학」에는 오독·오역·오해의 부분이 많이 들어 있다며 이는『불확실한 불어 지식의 미확인, 지레짐작에 의한 원본의 이해, 비 실증적인 독단적 판단 등 이 뒤엉켜 야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씨는 또 바슐라르의 과학철학과 상상력 연구의 두 분야를 종합하려 했던 김씨의「감싸기」개념도 오 독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하며 논의를 김씨의 문학성과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김씨가 우리 문학사 기술에도 적용했고 실제비평에도 응용했던「감싸기」는 기실 이미 문화 예술론으로 존재했던 가장 상식적인 전통 수용 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곽씨는 지적한다.
곽씨는『엄청난 대가로 인정되는 듯한 김현도 비판적인 검토를 거치고도 살아남아야 진정한 대가』라며 앞으로 김씨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한 악역으로서 이 평론을 쓴다고 밝혔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