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용어선택 보다 신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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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나라는 불명예스러운 분단국의 하나다. 동족을 적으로 하여 총 뿌리를 맞대고 있는 불행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지역간 감정대립으로 작은 나라가 분할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요즘은 이 지역감정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듯한데 이러한 때에 지난 10월29일자 중앙일보는 민자당 총재가 전주에서 실시한 민자당 청년봉사단 전북단 발대식 및 당원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소식을 전하면서『김영삼 민자당 총재는 29일 여세를 몰아「적지」인 전북 전주시를 방문…』으로 표현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북 전주시가 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적지인가, 민자당의 적지인가. 김영삼 총재나 민자당은 전북 전주시와 맞대고 싸워야 할 정도로 적대관계인가.
지역감정 때문에 국가의 장래를 크게 걱정하고 많은 피해를 본 영호남의 뜻 있는 분들은「영호남인 사돈맺기 운동」「체육대회」등 각종 모임과 활동을 통해 이 지역감정을 해소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언론은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표현을 거리낌없이 해야 하는가.
물론 지역감정을 부추기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지역감정에 대한 반응이 민감한 시기인 만큼 언론은 용어 선택에 신중하기 바란다. 중앙일보의 적지표현은 비단 중앙일보만이 아니라 전 언론기관 공히 해당되리라 믿는다. 따라서 전 언론기관은「표현의 자유」는 마음껏 누리되 지킬 것은 지켜 주었으면 한다.
진영섭<대전시 서구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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