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금강산』(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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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누구의 주제런가/맑고 고운 산/그리운 만이천봉/말은 없어도/이제야 자유만민/옷깃 여미며/그 이름 다시 부른/우리 금강산/수수만년 아름다운 산/더럽힌지 몇해/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금강산은 부른다.』
가사만 읽어도 멜러디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한상억씨의 시에 최영섭씨가 곡을 붙인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1절. 이제 어느 음악회의 레퍼터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민족의 노래」다.
본래 이 노래는 KBS가 작곡가 최씨에게 의뢰해 지난 62년 6·25 12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초연된 칸타타 『아름다운 내 강산』중의 한 곡이다.
당시 인천여중에 재직하고 있던 최씨는 조국강산을 주제로 중공·소련·북한에까지 방송될 노래를 작곡해 달라는 KBS의 의뢰를 받고 한씨에게 시를 부탁했다. 두 사람은 모두 강화도 출신으로 인천에 거주하고 있었다.
한씨는 한달만에 『아름다운 내 강산』이란 큰 주제하에 서시 「동해의 여명」,간주시 「정선아리랑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산·강·바다를 주제로 3장씩 모두 11장의 시를 썼다. 『그리운 금강산』은 바로 산을 주제로 한 세곡중의 하나다.
이 칸타타 11곡중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이 『그리운 금강산』이었다. 이 노래가 KBS 전파를 타기 시작하자 남쪽의 실향민들은 두고온 북녘땅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셨고,멀리 중공이나 소련에 거주하는 교포들은 고국에 대한 향수 때문에 울었다. 방송국에는 매일 같이 수십통의 해외편지가 날아들기도 했다.
특히 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후 이 노래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싣고 더욱 많은 국민들에게 애창되었다. 언젠가 MBC 가곡의 밤에서는 출연자들이 저마다 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해 합창으로 부른 일도 있다.
이 가곡은 단순히 금강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시와 선율속에 용해돼 있는 조국강산에 대한 사랑과 함께 분단의 한을 노래하고 있어 더욱 인기가 있다.
이 겨레의 노래 『그리운 금강산』의 작사자 한상억시인이 8일 먼 이국땅 LA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명복을 빈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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