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어머니의 종이 울리면』펴낸 작가 최일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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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문학도 이제 분단의 실상을 고발하거나 그 고통을 알리는 단계는 뛰어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피해당사자가 그 상혼을 내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학습된 좌우이념이나 정보에만 기대어 분단·통일을 바라보는 것은 문학의 몫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 문학도 사상이나 지식을 떠나 문학 고유의 혼·정서로 분단을 바라보고 껴안는 것이 통일에 좀더 보탬이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작가 최일옥씨(46)가 장편『어머니의 종이 울리면』(문학사상사간)을 펴냈다. 남-북으로 나뉘어 살아가는 한 가족 사를 다루면서도 최씨는 이 작품에 사상이나 역사적 지식은 주입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사생아 딸 하나만 떨어뜨리고 세칭 동백림 간첩 단 사건에 연루돼 독일유학 중 북한으로 도피해 버린 애인을 둔 여류사진 작가 상희, 사생아로 태어나 외가에서 성장하다 끝내 아버지를 찾아 유럽을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가 버린 세란, 6·25때 북으로 간 아들에 대한 생각에 항상 어둡게 살아가는 상희의 어머니 민 노인 등 분단의 직접적 피해자인 여성3대를 다루면서도 이념적 측면에는 애써 눈감는다.
그러면서도 여성특유의 고통·그리움·원망을 통해 통일에 대한 강력한 정감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이다.
87년『동서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최씨는 중편『안개를 찾아서』, 창작집 『문대식씨를 아십니까』등을 발표했다. 중앙일간지 기자 등을 지냈던 최씨는 넓고 객관적 시각에서「소설거리를 찾아내는 눈을 지닌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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