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센 아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문=자전거를 타다 머리를 다쳐 여러 바늘을 꿰매기까지 했던 국민학교 3학년 짜리 아들이 자전거를 다시 사달라고 조릅니다. 어찌나 자전거를 좋아하는지 1학년 때 사준 자전거를 잃어버리자 친구 것을 빌려타 다 결국 크게 다친 경험이 있는데도 자전거를 또 사달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산비탈 동네라 또다시 다칠 위험이 많아 도무지 사주고 싶지 않지만 밥도 잘 안 먹고 생떼를 쏩니다. 롤러스케이트를 사줬지만 그래도 자전거가 필요하다는군요.
평소에도 고집이 워낙 센 아이인데 최근에는 일기장에다「자전거를 사 줄 때까지는 밥도 안 먹고 1백점도 안 맞겠다」고 쓰기까지 했으니 걱정입니다. <박영자><서울 봉천6동>>
답=안전사고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전거를 사 줄 수는 없는 입장인데 아드님이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린다니 물론 걱정스러우시겠지요. 그러나 귀여운 자녀가 분별없이 고집 부린다고 해서 부모가 마지못해「져준다」는 식으로 끝내면 그 고집이나 억지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아드님이 왜 밥을 안 먹는다든가 1백점을 안 맞겠다는 등의「무기」를 들고 나오게 됐는지부터 생각해보는게 좋겠습니다. 평소에 그저 밥 잘먹고 시험만 잘 보며 최고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지는 않았는지요
물론 그것은 중요한 일들 가운데 하나지만 모두가 부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드님 자신을 위한 일이란 것을 깨닫게 해야합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간단한 사실을 혼동한 듯 살아가는 부모나 자녀들이 매우 흔한 것이 요즘 세태인 듯 합니다.
어쨌든 자기통제 능력이 있는 자녀의 억지고집에「겁먹고 자전거를 사주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이지요 그만한 사리 판단은 가능한 나이인 만큼 왜 자전거를 사 줄 수 없는지는 물론 밥을 잘먹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란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세요. 그 대신 주말에 여의도광장 등 안전한 장소에 데려가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도움말=이화여대 김태학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