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오쑹성과 가는 황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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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쑹성(47)은 오고 황옌(26)은 떠났다. 비자연장 수속과 가족과의 해후를 위해 출국, 한동안 호주 시드니에 머무르던 오9단이 출입국관리당국의 허가를 얻어 다시 서울에 온 것.
오9단은 1년6개월간 한국에서 프로기사 활동을 할 자격을 얻은 것이다. 물론 1년6개월이 지난 다음에도 계속 이곳에서 활동하고 싶으면 그때 가서 또 수속을 밟아야 한다.
오9단의 경우 한국기원에서 재정보증 등 제반서류를 갖춰 주무관청인 문화부에 제출해 추천을 받은 다음법무부(출입국관리국)의 허가를 얻어야만 하는데 그 과정이 보통 힘들지 않다.
황5단은 비자종류 「9-4」로 들어왔었다. 「9-4」는 친지방문이나 관광만 가능할 뿐 다른 일체의 활동을 할 수 없는 제한성이 있다. 이곳에서 프로기사생활을 하려면 오9단처럼 일 명「흥행비자」인 「9-4」를 받아야만 한다.
오9단이 사실상 한번에 1년6개월씩(6개월마다 연장, 6×3=18개월) 머무를 수 있는데 비해 황5단은3개월(한달 마다 연장, 1×3=3개월)밖에 체류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출입국관리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졌지만 중국인이나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 대한 규정은 종전과 조금도 달라진게 없다.
지금도 불법취업이나 불법체류, 그리고 각종 범죄 등 부작용이 많은 판에 섣불리 규정을 완화했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당국의 고민이 있는 듯하다.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황5단은 국내 바둑팬들에게 인기가 높은데다 그를 도와주려는 뜻 있는 독지가들도 적지 않다. 이번에도 여러분들이 황5단의 국내활동을 성사시키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엄격한 출입국관리규정의 벽에 막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는 없는 일. 그것은 바둑계나 황5단을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원래 정수를 법수라 했다. 「법에 있는 수, 또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 수」라는 뜻이다. 따라서 황5단의 출국은 법수인 셈이다. 11월2일까지의 허가 일을 지키기 위해 11월1일 아침 비행기로 떠났다.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9단과 황5단은 똑같은 중국기사인데 어째서 두 사람에 대한 규정적용이 이토록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것은 오9단은 호주 시민권자여서 호주여권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황5단은 중국여권이라는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의 의문일 뿐이다. 두 사람이 과거의 국적은 같았지만 현재의 국적은 엄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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