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부담없이”… 독일의 술문화(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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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30㏄ 2∼3잔 “만족”… 토론·놀이 즐겨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정확하게 몇가지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맥주의 종류뿐 아니라 이를 파는 술집도 우리의 다방만큼이나 많다. 시내 중심가건,한적한 교외의 주택가 혹은 산간벽지건간에 맥주 한잔 마실 장소는 반드시 있다.
어딜 가도 눈에 띄는 독일의 맥주집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손님으로 북적거린다는 점이다.
독일 맥주집의 또하나 특징은 어딜가도 「슈탐티쉬」라는 단골석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예약됐음」이란 표시가 돼있는 이 자리에는 단골손님들만 앉을 수 있다. 손님이 아무리 붐벼도 예외가 없다.
클라도어 호프의 단골석에는 이 마을 주민 너댓명이 거의 매일밤 출근하다 시피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간 맥주 몇잔을 사준 덕분에 기자도 이 「슈탐티쉬」에 앉아 이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특전」을 누리고 있다.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좀더 자세히 관찰해 보면 독일사람들이 술은 즐기지만 생각처럼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부분 3백30㏄짜리 맥주 2∼3잔이 고작이다. 차를 운전해야 하거나 술을 못하는 사람들은 알콜없는 맥주를 마신다. 그러고는 낮에 있었던 얘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토론을 즐긴다.
얼마전 기자는 독일 극우파들의 외국인 폭력문제를 끄집어내 「격렬한」 토론을 주도,주인인 잉게로부터 『정치문제 거론금지』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왜 즐거운 술자리를 재미없는 정치문제로 망치느냐는 충고와 함께.
이들은 맥주를 마시며 카드·주사위·다트게임 등도 즐긴다. 돈내기가 아니라 맥주나 「슈납스」라는 독일소주 한잔내기다. 그리고 각자 귀가할 시간이 되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혹은 무알콜맥주를 마시면서도 기꺼이 어울려 토론도 하고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들이나 이런 술집분위기는 참으로 부럽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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