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연맹 포상금 가로채기 관행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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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기록 100만원, 아시아신기록 500만원'. 대한수영연맹의 신기록 포상금 규정이다. 하지만 2003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이 포상금이 실제로 선수들에게 지급된 적이 없다. 선수들은 '포상금 100만원'이라고 적힌 증서를 들고 기념사진만 촬영했을 뿐이다. 연맹이 가로챘다.

박태환(18) 선수의 경우도 도하 아시안게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말, 그 이전의 신기록 포상금까지 포함해 8475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박 선수의 아버지 박인호(56)씨는 "아시안게임 전에는 연맹 포상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다른 선수들은 한국신기록을 세우고도 포상금을 못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4일 선수들에게 지급될 훈련비.용품구입비를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로 전 서울수영연맹 회장 김모(60)씨와 대한수영연맹 정모(47) 이사를 비롯한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7월 제86회 전국체전 대비 전지훈련 계획을 허위로 작성해 서울시체육회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은 것을 포함해 2003년 10월~지난해 12월 사이 2억9000여만원의 국가보조금을 횡령했다고 한다. 이들 간부는 ▶대표선수의 전지.합숙훈련비와 용품구입비를 허위로 신청하거나▶전국대회 규모를 축소 운영하는 방법으로 국가보조금을 개인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제대회 입상이나 한국신기록 수립 선수에 대한 포상금을 가로채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사 관계자는 "서울수영연맹 외에 대한수영연맹 간부와 국가대표 코치들이 선수 훈련비.숙박비를 허위 정산한 혐의를 포착하고 대한수영연맹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수영계 내분=이번 수사는 박태환 선수의 후원사 선정을 놓고 벌였던 수영계 내부의 갈등이 곪아 터진 것으로 수영계는 보고 있다. 박 선수는 최근 거액의 훈련지원비를 받고 수영용품업체 스피도와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수영연맹 김 전 회장과 현 대한수영연맹 집행부는 갈등을 빚어왔다.

수영계 한 인사는 "김 전 회장이 대한수영연맹 이사 정모씨를 공금 유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연맹 측도 김씨를 맞고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고 전했다.

한애란.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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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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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경기고등학교 수영선수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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