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비용은 8,418억불"|북한 점진개혁 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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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지만 우리는 정말 통일에 따른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것일까. 우리가 남북한의 경제력이 비슷한 상태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남한과 동일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앞으로 42년간 8천4백18억 달러의 통일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경제학과 이영선 교수는「한반도에서의 경제적 통합의 효과-통일비용과 이득에 대한 시나리오적 접근」이란 논문에서 이같이 계산했다. 이 논문은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남북한 통합을 위한 선결과제」를 주제로 오는 11일 개최하는 학술회의에 제출된 것이다.
이 교수는 계수비교가 가능한 90년을 기준으로 남한이 매년 GNP 성장액 만큼 북한에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 몇 년만에 북한과 남한의 1인당 GNP가 같아지느냐를 분석하는 방법을 택했다.
90년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과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하면 남한은 2천3백79억 달러와 5천59달러, 북한은 2백39억 달러와 1천95달러다.
이교수는 남한이 7차 5개년 계획상의 성장률 7.5%보다 다소 낮으나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 6.75%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매년 북한에 경제성장액만큼 지원하면 성장률은 6.35%로 떨어지고, 북한은 남한의 지원 없이는 4.5%의 성장률밖에 예상되지 않으나 남한의 이 같은 지원이 있을 경우 매년 10%이상의 고속 성장을 하게 된다고 보았다.
북한이 90년부터 매년 받는 이같은 지원액을 모두 투자한다고 하면 42년 후인 2032년에 가서 남북한의 1인당 GNP는 5만8천여 달러 수준으로 같아진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이씨는 그 기간동안 남한에서 북한에 투입될 돈을 90년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천3백억 달러가 된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이 돈을 남한에 자체 투자했다면 남한의 GNP는 투자효과 등에 의해 8천4백18억 달러(90년 현재가치로 환산)가 되며 그래서 남한이 지불할 통일비용은 북한에 대한 단순지원액 3천여억 달러가 아니라 남한이 얻을 수 있었으나 북한을 지원하느라 잃어버린 8천여억 달러로 봐야하며 이것이기회비용 개념에 의한 통일비용이라는 것이 이교수의 주장이다.
이씨는 북한이 연간 4.5%가 아니라 6.75%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가정하면 소득이 같아지는데는 32년이 걸리며 남한의 통일비용은 7천1백38억 달러가 된다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한반도 전체로는 이득이 비용보다 훨씬 크므로 북한에 대한 지원에는 경제적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남한주민들로부터 이만한 회생을 감수하겠다는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별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이 논문은 북한이 통일을 전제로 남한과 공존하며 중국식으로 점진적 사회개혁을 추진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만일 북한 정권의 급작한 붕괴로 급격한 통일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낙후된 기존생산시설 대부분은 폐기하고 북한주민에게는 사회보장을 제공해야 하는 등 엄청난 별도의 통일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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