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 푸껫행 '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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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면도(1~11)=KIXX의 이희성 7단이 백1로 들여다보면서 전투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한다. 기훈에 이르기를 '들여다볼 때 잇지 않는 바보는 없다'고 했지만 지금 장면은 A로 이으면 바보가 된다. 잇는 순간 백B로 젖혀 탈출해 버리기 때문이다.

한게임의 온소진 3단은 2로 끼웠는데 이 수가 멋진 임기응변이자 행마의 맥점. 4까지 선수하고 6으로 가로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희성 7단도 7로 젖히고 11로 호구해 탄력 있게 버텨 온다. 12의 단수는 기세인데 여기서 백의 다음 수는 어디일까.

◆실전 진행(1~9)=백1, 3으로 끊는 수가 최강. 놀랍게도 수상전은 백이 한 수 빠르다. 그러나 흑도 외곽을 깨끗이 싸바를 수 있어 전체적인 형세는 오히려 흑 우세. 이후 바둑은 거센 풍랑 속에서 엎어지고 뒤집히다가 종반에 접어들 무렵 백이 필승 국면을 이룩했으나 이후 거듭 실수한 끝에 흑의 반집승으로 끝났다. 최근 LG배 8강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온소진과 부진에 허덕이는 이희성의 명암이 그대로 드러난 반집이었다.

공교로운 것은 이 '반집'이 결국 한게임이 KIXX를 3대2로 꺾으며 팀이 3연승 가도를 달리는 결정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또 한게임 측은 '3연승하면 푸껫행'이란 당근을 제시해 둔 바 있어 이 반집이 선수단의 푸껫 전지훈련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지난해 우승팀 KIXX는 이창호.박정상이란 원투펀치를 보유했기에 2승까지는 쉽게 간다. 문제는 나머지 3명 중 한 판 건지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인데 이번 한게임과의 대결에서도 그 약점이 나타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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