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 불법복사 범람|유통총량의 절반…연간 3백억원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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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불법 일본 복사만화가 범람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화가협회가 3일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에서 일본 복사만화를 주요 대상으로 한「불법 외국만화 추방결의대회」를 갖고『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일본 복사만화는 우리의 것을 알기 전에 먼저 왜색문화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 복사만화추방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 것도 팽배한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만화가협회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만화가운데 50%정도가 일본 복사만화로 3백여 종에 이른다는 것. 금액으로는 연간 6백억원 가운데 3백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일본 만화는 대사만 우리말로 바뀐 채 그림은 그대로 복사돼 서점·만화점·문구점등을 통해 싼값(5백원)으로 청소년들의 손에 쥐어지게 되는데 어떤 것은 30만권이나 팔려나가 불법 출판업자가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만화 중에는 YMCA청소년 상담실 조사에서 「무섭고 저질적이며 선정적」(33%)이라고 답한 것처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만화가 많다.
이같이 불법만화가 판쳐도 실제 단속은 마땅한 법규가 없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저작권침해사례를 적용, 처벌을 하려면 저작권자인 일본 만화업자의 실제적인 고발이 있어야 되나 한국시장을 협소하게 본 그들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일본업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한국만화가 협회 측은『앞으로 일본만화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수입될 것을 기대하면서 그 동안 한국 청소년들에게「일본 길들이기」작업을 하고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5, 6월에 일본을 방문한 만화가협회 권영섭 회장이 일본 만화업자들에게 우리 실태를 설명하고 단속 가능하도록 고발대리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를 일본 만화업자들이 무시한 사실을 보더라도 설득력이 있다.
일본측은 이밖에 만화로 길들인 후 팬시상품·문구류 등을 한국에 손쉽게 수출할 저의까지 가지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불법 일본 복사만화에 대한제재기구로는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있으나 정식으로 납본되는 것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윤리위원회는 정식 저작권 계약을 통해 들어오는 일본만화를 대상으로 사전에 납본 되는 단행본과 만화잡지의 사후심의만을 다루고 있다. 최근까지 이 위원회의 심의필을 마친 불법 복사만화가시중에 나도는 사례도 있었으나 만화심의자문회의를 지난9월 구성, 정밀심사에 들어감에 따라 그러한 사례는 현재 없어졌다.
윤리위원회 황수방 심의 3부장은『자율기구로서 행정력이 없기 때문에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며『전면복사 뿐만 아니라 교묘히 묘사해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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