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결과에 국내업계 “촉각”/통상정책 긴급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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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룹별 현지서 정보활동 강화/클린턴 친분인사와 줄대기도/선거끝난후 업계­정부 공동대책반 구성
국내업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클린턴 민주당후보의 우세가 점쳐짐에 따라 그룹총수가 직접 미국을 방문,현지 분위기를 살피는가 하면 대기업마다 현지지사 및 경제연구소를 통해 미 대통령 선거결과가 대한통상정책,북미자유무역협정·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따지느라 부산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정치 상황이 점차 안정을 찾고 업계의 관심이 미 대선 결과에 쏠리면서 각 그룹들은 일제히 「미 대통령선거 전망과 민주당 집권시 통상대책」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주요 그룹들은 산하 경제연구소를 통해 『클린턴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이 집권해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엄청난 무역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눈앞에 걸린 반도체 덤핑은 물론 앞으로 쌀시장 개방과 금융·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대한 통상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이건희회장이 2일부터 1주일가량 직접 미국을 방문,현지분위기를 토대로 미 대선결과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그룹차원의 통상대책수립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부사장급의 현지 본부장을 중심으로 미 대선에 대한 정보입수와 새로운 대책수립을 긴급 지시했으며,럭키금성그룹도 대미수출 주력사인 금성사를 중심으로 수출품목별 통상마찰 가능성을 따지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우그룹은 현지 10개 지사로 구성된 대우 아메리카를 통해,선경그룹도 미주경영기획실을 통해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상황이 정리되는대로 곧 그룹총수가 직접 미국을 방문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클린턴후보가 『그들(일본과 중국·한국 등을 지칭)이 우리의 규칙대로 하지않으면 우리가 그들의 규칙대로 할 것』이라고 누차 되풀이한 것은 지금까지 쿼타나 최혜국대우 등 소극적인 수입규제에 머무르던 미국의 통상정책이 상대방의 불공정무역은 물론 불공정무역 「관행」에까지도 개입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선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업계는 우선 생소한 클린턴후보 신상파악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의 정확한 입장과 과연 그의 공약이 표를 모으기 위한 수단인지 아니면 진짜 신념이고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짇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클린턴후보와 다소 친분이 있는 미 민주당의원이나 예일대출신 국내인사 및 이른바 「권력을 빼앗긴 미 민주당 논객 집합소이자 싱크탱크」인 카네기연구소나 브루킹스연구소 등 친 민주당 인맥과의 접촉을 통해 미 통상법 슈퍼301조의 부활을 비롯한 민주당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룬만큼 미국의 통상마찰 대상이 일본과 중국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높아 상대적인 실익도 기대하고 있으며 기업차원에서는 통상대책의 수립에 한계가 있어 선거가 끝나는대로 곧 정부와 공동으로 종합적인 통상대책을 마련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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