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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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세기 말엽 헨리7세가 즉위하면서부터 그 권력을 강화하기 시작한 영국왕실은 5백여년동안 왕권의 상징으로 군림해왔다. 1761년 버킹엄공작에게서 사들인 버킹엄궁전은 그 영국 왕권의 「사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줄곧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당연하게 영국 언론기관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버킹엄궁전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생활」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언론들이 호재로 삼아온 것은 왕실 내부의 사생활 가운데서도 특히 남녀관계가 빚는 스캔들이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도 그들이 벌이는 경우엔 특별하게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세계의 언론들은 영국 왕실에서 흘러나온 3대 스캔들을 다음과 같이 꼽고있다. 첫째는 1820년 왕위에 오른 조지4세의 스캔들이다. 여자를 좋아한 조지4세는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많은 정부를 두었고 그 부인 캐럴라인 또한 바람둥이였다. 왕위에 오른 조지4세는 부인이 간통했다는 이유로 상원에 이혼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국왕은 영국교회의 수장을 겸하고 그 교회는 재혼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하면 왕위에 오를 수 없도록 되어있지만 단 한사람 예외가 있으니 1714년에 즉위한 조지1세다. 그의 경우가 두번째 스캔들이다. 가장 큰 파문을 던진 스캔들은 에드워드8세가 만들어냈다. 1936년 그는 미국의 이혼녀 심프슨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하고 윈저공이 되었다.
최근 몇년새 영국왕실은 스캔들의 보고처럼 되어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찰스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불화설이다. 영국언론을 비롯한 세계의 언론들은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곧 갈라설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실의에 빠진 다이애나비가 대식증의 기미를 보인다는둥,다섯번이나 자살기도를 했다는 둥 온갖 좋지 못한 소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근거가 있는 소문인지,단순한 옐로 저널리즘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 내외는 지금 다정한 모습으로 우리나라에 와있다. 평탄한 삶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영국 국민들만이 아닐 것이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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