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로자「짐짝 출퇴근」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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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자원개발공사가 86년부터 경기도 시흥·안산시 앞 바다 6백79만평을 매립해 조성한 시화공단이 가동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났으나 교통·복지시설부족 등으로 90, 91년에 입주한 1백50여개 업체 1천4백여 명의 근로자들이 2,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면 만원버스 속에서 짐짝 취급을 당하기 일쑤인데다 노선버스는 잦은 결행과 운행기피로, 택시는 바가지 요금 요구·승하차 거부 등의 횡포로 출퇴근길의 근로자들을 괴롭히고있다.
급조된 시화공단, 무엇이 문제인가를 점검한다.
지난달 30일 오전8시10분 시흥시와 시화공단을 잇는 39번 국도. 시화공단의 근무처로 출근하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선 근로자들이 탄 출퇴근 버스, 공단을 드나드는 화물트럭들이 뒤엉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시흥시∼시화공단간 거리는 18.4㎞, 정상적인 차량소통시간은 10∼20분에 불과하나 러시아워에는 1시간 이상씩 소요된다. 접촉사고라도 나는 날이면 2시간 이상 버스·승용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39번 국도는 인천·안양(목감동) 부천·광명 등에서 시흥·목감∼연성동간 284번 시도 등을 경유해 공단으로 직접 연결되는 유일한 직통도로다.
그러나 이 도로는 편도 1차선으로 협소한데 비해 하루 교통량은 90년 1만4천대, 91년 2만5천대, 92년 5만대(추정)로 급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도로확장계획이 없어 체증현상이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
같은 시간대의 안산시 원곡동 안산전철역. 서울에서 전철을 이용, 금정역을 거쳐 안산역에 도착했거나 서울 청량리에서 구로역을 경유해 안산역(원곡동)에 도착한 수만 명의 승객들과 반월·시화공단 근로자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안산역에 도착한 근로자들 중 일부는 회사측이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이용하지만 통근버스가 없는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시내버스·택시를 잡느라 또한 차례 승차 전쟁을 치러야 한다.
심각한 교통체증, 「콩나물 전철」속의 교통난 못지 않게 근로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안산 역∼시화공단간을 운영하는 택시들의 횡포. 이 구간 미터기요금은 1천∼1천5백원에 불과하지만 택시기사들은 시계를 벗어나 돌아올 때는 빈차로 온다는 이유를 들어 미터기 요금의 3∼5배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거절할 경우 승차거부를 일삼고 있다.
그러나 안산시의 단속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안산시 도심과 공단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들의 잦은 결행과 운행기피도 문제다.
안산시∼시화공단간 2개 노선에는 안산시 K여객 시내버스 55번이 27회, 100번 3대가 30회씩 각각 운행하고 있으나 이들 시내버스들은 러시아워를 제외하곤 승객이 없다는 이유로 결행하기 일쑤다.
1회용 용기를 생산하는 거도산업(주) 경리사원인 이은주씨(22·여)는『점심시간을 이용, 회사공무 또는 개인 일을 보기 위해 안산·시흥시내에 나갈 때면 시내버스가 결행하기 일쑤여서 5천원∼1만원씩 바가지 요금을 내고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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