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구로' 성공 뒤엔 규제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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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가 새로운 벤처 산업의 보금자리인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전합니다."

지난해말 벤처기업협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의 이전 안내문을 내걸고, 강남의 테헤란 밸리에서 구로로 이전했다. 벤처기업협회가 구로로 이전한 배경에는 '친구따라 강남가듯' 회원사를 따라간 것이다. 실제 서울 구로3동과 가산동으로 이뤄진 구로단지내 벤처기업 수는 2000년 84개사에서 올 4월 859개로 급증했다. 같은 시기 강남구의 벤처기업은 953개사에서 828개사로 줄었다.

여공들의 애환이 묻어있던 구로공단이 디지털단지로 재도약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구로공단' 부활의 의미'라는 보고서를 통해 구로단지는 한국의 1호 공단에서 양적, 질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도시형 비즈니스 파크'로 변모하는 중이라고 치켜세웠다. 주력업종이 제조업(2000여개사)에서 비제조업(3165개사)으로 대체됐으며, 제조업도 기계(474개사)보다는 전기.전자(972개사) 등 정보기술(IT) 관련 제조업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취업자수 또한 1998년 2만5000여명에서 올 4월 9만2000여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외환위기로 파탄에 빠진 구로공단의 회생을 위해 1997년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을 수립하고 2000년 명칭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꾼지 수년만의 눈에 띠는 발전을 이룬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구로단지 성공요인의 첫째로 규제완화를 꼽았다. 아파트형 공장을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서 제외하고, 민간사업자도 아파트형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아파트형 공장 공급 확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강남에 비해 땅값이 10~20% 정도 싸고, 관리비가 강남의 최대 절반 수준인 입주비용도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게다가 사람과 기술, 자본이 밀집한 수도권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이 가까워 글로벌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수석연구원은 "구로단지는 민간 건설업체가 중소.벤처기업의 입주를 유도했고 정부가 지원한 성공사례"라며 "이같은 도시재생 모델을 지방의 낙후된 공업지역에서 저규제와 저비용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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