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아기 옷에 매장만 돌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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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기 옷이 너무 비싸다. 며칠 전 우리 은호 돌잔치에 입힐 겨울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다. 그동안 들어온 옷 선물만으로도 은호 입히기에 충분해 아기 옷 사러 백화점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선 매장에 올라가자마자 아기 옷 코너의 규모나 브랜드 수가 어른 옷에 못지 않은데 질려버렸다. 너무나 화려하고 깜찍한 아기 옷들로 가득 메워진 매장을 보면서 「기저귀까지 패션시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아기 옷에 붙은 가격표였다.
진열된 옷가지 중 괜찮다 싶은 가디건을 무심코 집어들었는데 무려 7만원이 넘었다. 세계적 유명상표라는 베네통이고 백화점 상품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하다 싶었다.
당초 사려고 했던 품목들도 5만원 넘는 것은 보통이었다. 얼마전 남편이 시내 한 대학가 부근을 지나다 사 입었다는 가디건이 2만원이었던데 기억이 미치자 감히 물건에 손이 가지 않았고 매장만 빙빙 돌다 머쓱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손바닥만한 아기 옷이 어떻게 어른 옷보다 비싸단 말인가.
아기 키우는 친구들 얘기로는 아기 옷에도 오래 전부터 외제바람이 불어 베네통이니, 오시코시니, 선하우스니, 뭐니 뭐니 하는 고급브랜드가 백화점이나 강남지역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대인기라고 한다.
내가 가끔 집 부근에서 샀던 국산브랜드도 만만치 않다.
아가방·해피아이·톰키드 등 조금 이름만 알려진 브랜드는 일부 품목의 경우 값이 외제에 못지 않다.
재래시장이나 허름한 일반상가 옷가게에서 사는 것은 값도 대부분 1만원대 미만이고 품질도 슬만하지만 괜히 다른 집 아기들보다 초라해 보이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유명브랜드를 찾게 된다는 친구들 이야기다.
젊은 어머니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면 아무리 비싸게 만들어도 아기 옷이 잘 팔린다는 게 업자들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소비자나 생산자 할 것 없이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서울 광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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