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총재 일에만 전념”/고사불구 대선후보 거론되는 강영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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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동」보다 솔선수범정치 필요/공명의식 높아져 잘돼 나갈 것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남은 2년의 총재임기를 채우고 싶어요.』
중립내각의 국무총리에 이어 가칭 새한국민당의 국민후보추대 등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전환기 시대의 원로로서 거명되고 있는 강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전총리)는 26일 정치에 별로 뜻이 없음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강 총재는 대한적십자사 창립 87주년을 하루 앞두고 중앙일보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현재 2만8천명인 적십자 자원봉사자를 95년까지 배가하는데 힘을 쏟고 정치적 전환기에 적십자가 할 일을 충실히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신당의 대선후보영입에 응할 뜻이 없음을 암시했다. 몇번씩이나 정치적 문제를 묻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화제는 현실정치를 맴돌았다.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와 민주적 정치문화가 혼재된 가운데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정치상황에 국민들이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과도기·혼란기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고 아이디얼한(이상적인) 타입의 리더는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옳은 일에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강 총재는 『우리사회의 원로로서 국내정치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런 혼란기에는 자칫 잘못하면 새로운 민주시민의식의 방향으로,민주정치문화차원으로(국민들을) 이끌지 않고 국민감정에만 호소해 끌고가는 선동적 정치가가 나오기 쉬우나 나라가 잘되려면 폴리티션(정치꾼)이 아닌 참다운 스테이트맨(정치인)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6공에서 총리를 지낼 때 국회에 나가면 일부 과격한 야당의원들이 「말로는 민주화를 떠들어대면서도 (민주화는)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고 공격해 나도 그들에게 적절히 대항하곤 했다』고 회상하고 『당시 정부에서 개정한 민주입법만도 3백30여건이나 됐는데 민주화가 안됐다고 우겨대니 그들이 주장하는 민주화의 척도가 무엇인지 정말 화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때 주영대사를 지낸 강 총재는 『영국은 1215년 마그나카르타로 의회원칙을 세운뒤 1688년 명예혁명으로 의회정치를 뿌리내렸음에도 국민들 스스로는 영국을 아직도 계급사회로 표현하고 있을 만큼 참다운 민주화의 길은 험난한 법』이라며 「정치는 현실의 가능성」이라고 전제,『공기중에는 나쁜 균도 좋은 균도 있는 법인데 일부 나쁜 균만 문제삼아 곧 죽을 것처럼 호들갑떨거나 좋은 균만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것은 모두 옳지않다』며 현실정치의 균형감각을 강조했다.
그는 『연기군 선거부정을 놓고 전체가 썩은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민주정치의 역사가 짧은 우리 입장에서 밑바닥까지 1백% 감시하고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첫술에 배부르게 하자는 것과 같다』며 『그러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명선거운동에 나서는 등 민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정치인들도 점차 성숙돼가므로 잘돼가리라고 본다』고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했다(강 총재는 정치에 대한 질문이 거듭되자 「자,이제 본연의 주제로 돌아가자」며 말꼬리를 돌렸다).
그는 『대한적십자사 창립 87주년을 맞아 대다수 국민들이 회비를 잘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헌혈의 경우 올봄 노태우대통령이 직접 헌혈에 나서는 등 1백60만 국민이 사랑의 헌혈을 해 외국보다 오히려 참여도가 높으나 앞으로도 꾸준히 캠페인을 통해 헌혈자를 2백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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