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퇴장' 후유증 氣꺾인 SB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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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주 프로농구 코트는 시련과 아픔으로 채워졌다. 사상 초유의 경기 중단 사태로 뒤숭숭했다. 그러나 어느 광고 문안처럼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크리스마스인 25일 프로농구의 새 출발을 다짐하듯 다섯경기가 일제히 치러졌고 올 시즌 들어 세번째로 많은 2만3천2백여명의 관중이 체육관을 찾았다.

TG삼보는 원주에서 SBS를 80-67로 누르고 가장 먼저 20승고지(6패)에 오르며 단독 선두를 지켰다. KCC는 전주에서 LG를 89-69로 제압해 18승8패로 단독 2위가 됐다.

모비스는 울산에서 정규리그 통산 두번째, 플레이오프 포함 세번째로 3차 연장까지 치른 끝에 오리온스를 1백16-1백12로 눌렀다. 오리온스는 공동 2위에서 3위로 처졌고 모비스는 올 시즌 처음으로 2연승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머리를 짧게 깎고 나온 SBS가 TG삼보를 87-72로 잡았다. TG삼보 전창진 감독은 "투지에 압도당했다. 완전히 진 경기"라며 혀를 찼다. 3라운드가 시작되자 첫 다섯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탔던 SBS였다. 그러나 지난주 '된서리'를 맞은 탓인지 SBS는 이날 무기력했다.

경기 중단 사태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심기일전한 SBS는 알렉스 칼카모(14득점).앤서니 글로버(21득점)의 활약으로 김주성(22득점)이 버티는 TG삼보에 대항했다. 그러나 TG삼보의 앤트완 홀(19득점)에 외곽을 내주면서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3쿼터에 승부가 결정났다.

3쿼터 7분12초쯤 홀의 3점슛으로 점수차가 57-41, 16점차로 벌어졌다. 홀은 바로 이어진 SBS 공격에서 글로버의 볼을 스틸했다. 그리고 정훈(6득점)이 나섰다. 8분쯤 양경민의 3점슛을 리바운드 한 후 곧바로 3점슛을 꽂았다. 20여초 후에는 SBS 외국인 선수들과 거칠게 몸싸움을 하며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62-41.

KCC 신선우 감독은 코트 주변이 소란할 때마다 그 존재가 돋보인다. 지난 20일 SBS가 경기를 포기했을 때 KCC는 상대 팀이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튿날 5연패 중이던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밝혔듯 신감독은 '그저 앞만 보고 갈 뿐'인 사나이다.

LG의 김태환 감독은 잦은 멤버 교체로 기습을 노렸다. 그러나 신감독은 변함 없이 스피드와 약속에 의한 농구로 맞섰다. 4쿼터 종료 5분을 남기고 80-64, KCC의 승리가 분명해졌다. LG팬들은 전광판을 바라보면서 '어? 언제 이렇게 점수차가 벌어졌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허진석.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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