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다시 연세대 강단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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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카타르시스와 성적 취향을 주제로 학생들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반갑습니다."

도작 논란으로 2개월간 정직된 마광수(56)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다음학기 강단에 돌아온다. 마 교수는 올해 초 발간한 시집 '야하디 얄라숑'에서 제자의 시 한 편을 무단으로 실었고 학교측이 교수의 품위를 해쳤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려 1학기 강의를 할 수 없었다. 국문학과 회의 결과에 따라 이번에 전공과목을 배정받지는 못했지만, 교양과목인 '연극의 이해'를 맡아 주 6시간 강의에 나선다. 연극의 이해는 학부 필수교양인 '문학의 이해' 영역 과목 중 하나로 수강인원 200명씩 두 개 반으로 편성된다.

마 교수는 "도작 논란을 빚어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강의를 하지 않는 나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직기간 동안 우울증과 위궤양에 시달리며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마교수는 "연극원론만 가르치지 않고 색다른 수업을 하기로 했다"며 "별도로 교재를 골라 연극심리에서 매우 중요한 '변태성욕'을 강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 교수는 정직 기간 동안 주로 책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달 말에 시집 '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를 내고 개강 전까지 단편소설집 '손톱'과 문화비평 에세이집 '이 시대는 개인주의자를 요구한다'를 출간할 예정이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즐거운 사라'를 포함,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해왔던 마 교수는 "정치적 민주화는 상당부분 진행됐지만 문화 민주화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며 "이번 책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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