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속속들이 알아야만 한국 '샌드위치' 위기 극복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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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을 '한 어항 속에서 메기 네마리(미국.중국.러시아.일본)에 부대끼는 붕어 한마리'로 비유했다. 언제 잡혀먹을 지 모르는데도 이웃 메기를 너무 모른 채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는 것이다. 붕어는 물속 변화를 예민하게 읽고 메기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반발해 스스로 국회의원직을 내던진지 4개월 만에 돌아온 정덕구 전 의원(59.사진)의 이야기다. 그는 이웃 메기(중국.일본)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이사장으로 변신했다.

정 이사장이 동북아 경제.외교.안보를 연구하는 '니어(NEAR.North East Asia Research)재단'을 설립해 11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산업자원부 장관.중국 베이징대 교수를 거치는 동안 쌓은 국제감각을 이 재단을 통해 풀어놓겠다는 것이다.

"중국.일본에 낀 '샌드위치' 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그들의 모든 것을 알아야합니다." 그는 관료 시절부터 정부와 독립된 목소리를 내는 연구재단 설립을 꿈꾸어왔다고 말했다. 니어 재단은 한.중.일 무역자유화와 집단안보시스템을 집중연구해 새로운 대안 마련을 목표로 잡았다. 정 이사장은 "동북아가 경제.외교안보에서 뭉치지 않으면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무역자유화, 한걸음 나아가 단일 통화권.단일시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경제 통합 이후의 네덜란드.벨기에를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샌드위치 위기에서 오히려 가장 큰 혜택을 누린 국가라는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샌드위치에서 가운데가 가장 맛있다"며 "한국이 중국.일본의 갈등 관계를 조율하면서 '중간자'의 지혜를 발휘하면 동북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니어 재단에는 이홍구 전 총리, 황병태 전 주중대사가 고문으로 참여했다. 구자훈 LIG생명보험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도 재단 이사로 활동한다. 유키코 후쿠가와 일본 와세다대 교수, 위용딩 중국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회 위원 등 해외 인사들도 눈에 띈다.

이미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 미국 스탠퍼드후버연구소,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내외 20여개 기관과 제휴를 맺은 니어 재단은 각종 보고서를 발간해 기업체와 연구기관에 제공할 예정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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