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화국 드라마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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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치드라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고석만 PD(MBC 프러덕션)가 야심작『제 3공화국』제작에 들어갔다.
박정희 전대통령을 중심으로 61년 군사쿠데타이후 72년 유신 직전까지의 정치상황을 다루게되는『제3공화국』은 올 연말부터 70분 짜리 특집형 단막극으로 TV시청자를 만나게될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합친 형식의『제3공화국』은 당시의 한 사건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각각 독립된 주제로 연속되며 실제 인물들의 증언, 실제 사건들의 영상자료를 수시로 삽입해 보여준다.
특히 고 PD는『박대통령에 대한서적들이 범람해 일반인들의 인식이 사뭇 왜곡되어 있다』며『관계자들의 증언을 그대로 드라마에 삽입해 이를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수년간 걸친 자료조사를 통해 국립영화제작소와 미국 국립필름보관소, 일본 NHK소장자료 등에서 비사를 증명하는 영상자료를 많이 발견, 정권의 압력으로 방송하지 못 했던 장면들을 이번 프로를 통해 다수 공개하게된다는 것.
이에 따라 국내정치 뿐만 아니라 당시 국제관계와 외교 비사 들도 깊이 있게 다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제 3공화국』은 프롤로그 격으로 박대통령의 유년시절부터 혁명 직전까지의 상황과 배경을 담은『인간 박정희』2편(각 90분물)을 이번 연말에 먼저 선보인 뒤 내년 초부터 본격방송에 들어간다.
고 PD는『원래 가을 개편 때부터 방송에 올리고 싶었으나 3김씨 등 현역 정치인도 많이 등장하고 MBC파업이 겹쳐 불가피하게 대통령선거 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81년『제 1공화국』제작이후『제 2공화국』(89년)을 거처 90년 드라마『땅』의 중도하차 등 정치적 소재의TV드라마에 대한 외압시비로 장안을 떠들썩하게 한 고 PD는『시대와 상황이 바뀌지 않았느냐』며『이번 프로만큼은 결코 외압을 받거나 중도하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작가 이영신씨(60)는 라디오 드라마『광복20년』『격동30년』등 정치드라마를 오랫동안 집필해 풍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조봉암의 진보당에도 참가했고 제 2공화국시절 장면총리의 비서실에도 근무한바 있어 현실정치의 흐름에 해박한 인물.
고 PD는 박정희 역에 대해『박정희 이미지로 굳은 이진수씨 외의 다른 배우를 찾아보겠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정부당국이 자료제공이나 촬영협조 등을 매우 꺼리고 있어 제작여건이 열악하다고 말하고 당시의 청와대 건물과 거의 흡사한 건물을 최근 발견했다며 제작상의 보안을 위해 추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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