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명 어린이에 ″새 생명〃|심장병수술 돕기 「거리공연」8년 「수와 진」 안상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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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주말이면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수와 진을 보면서 지나가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직도?』라며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한마디씩 던진다.
심장병어린이 돕기 기금마련 거리공연 7년4개월, 모금액 약3억원. 92년10월 현재까지 수와 진에 의해 새 생명을 선사 받은 어린이는 1백90명에 달하고 지금도 수술을 위해 절차를 밟으며 대기중인 어린이가 10여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게다가 수와 진이 심장병어린이 돕기 전국순회공연을 1년 동안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홀로 전국순회공연을 해온 수와 진의 안상수씨(33)는 『애당초 300개 지역을 도는 것을 목표로 공연을 시작했는데 이제 겨우 60군데를 거쳤다』며 『최근 울진에서 만난 심장병 어린이가 8명이나 돼 갈 길이 멀기만 하다』는 걱정으로 전국순회공연 1년을 맞는 소감을 대신했다. 차라리 심장병어린이에 대한 수와 진의 고집을 대변하는 것은 국적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까맣게 그은 그의 얼굴과 노래할 땐 감춰지기는 해도 말할 땐 확연히 드러나고 마는 그의 거친 허스키보이스
그 지역의 성금으로 그 지역의 심장병어린이를 돕는다는 계획 아래 바자행사와 함께 열리는 전국순회공연은 지난 1년 동안의 수익금으로 모두 27명의 어린이가 수술을 마치고 퇴원했으며 19명의 어린이가 수술을 위한 절차를 밟고있어 모두 46명의 어린이가 전국순회공연의 혜택을 받았다.
안씨는 『지난 1년 동안 번갈아 노래를 부르던 동생도 없이 주중 3∼5일은 지방공연을, 주말엔 서울명동에서 공연을 하는 강행군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목이 쉬어도 수술을 받고 환한 얼굴로 퇴원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견딜 만 하다』며『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보니 심장병어린이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씨의 또 다른 안타까움은 동생 안상진씨가 그와 함께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안상진씨는 지난 89년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괴한에게 폭행 당하는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다쳐 아직도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씨는 『동생이 지난 90년6월 활동을 재개하다 후유증이 재발해 고생했지만 지금은 거의 완쾌돼 틈틈이 화음을 맞추며 5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내년6월 여러분 앞에 함께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이제 30대인데 의사가 내 성대는 50대라고 했다』며 천연덕스럽게 웃는 안씨. 그 웃음 뒤엔 그들 쌍둥이형제를 보살펴주시던 할머니와 생후6개월 된 막내여동생 등 사랑하는 가족을 심장병으로 잃어야했던 슬픔이 감춰져 있다. 안씨는 날씨가 추워지면 발 시린 것은 물론 기타 줄에 손이 쩍쩍 들어붙기 때문에 『겨울공연이 가장 힘들다』면서도 『목표한 300개 지역을 다 돌 때까지 순회공연을 계속할 것』이라며 기타를 다시 들었다. <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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