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진 사실 재탕 공방(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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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관권선거 파헤치기 시간쫓겨 흐지 부지/민원성 질의·호통·훈계로 진상규명 뒷전
20일 국회내무위의 충남도감사는 14대 총선 당시 도지방과장이던 김영중씨 등 7명의 관계자에 대한 증인심문까지 벌이는 등 사실상 연기군 관권부정선거 문제에 집중됐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검찰수사가 그은 한계를 넘지 못했다.
민주·국민당 의원들은 질의는 물론 증인심문과정에서 관권개입이 연기군뿐 아니라 충남전역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침서·특별교부세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도청관계자들의 답변,증인들의 증언은 대부분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반복하거나 해명하는 수준이었으며 민자당 의원들은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아 처음부터 관권선거에 관한한 「반쪽」국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감사중 증인심문은 관권부정 개입에 대한 새로운 사실의 규명 가능성 등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각당 의원들의 무계획한 의사진행으로 시간에 쫓겨 흐지부지 끝나는 바람에 실망이 더욱 컸다.
첫 증인심문은 김영중씨를 대상으로 마감 1시간여전인 오후 10시50분에 시작됐다. 박상천의원(민주)의 질문에 김씨는 『연기군의 분위기가 다른 지역보다 지나치게 과열돼 상부의 지시없이 혼자 판단으로 「지방단위 당면조치 사항」을 작성해 연기군에 보냈다』고 증언했다. 『거짓말마』라며 호통을 친 박 의원은 『그렇다면 서류제목에 연기군이라고 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내무부가 각시·도에,또는 시·도가 각시·군에 문건을 보낼때 사용하는 지방단위라는 용어를 쓴 이유는 뭐냐』고 따졌다. 『특정지역을 지칭하면 기분나빠할까봐 그랬다』는 답이었다.
김옥두·유인태·이협 등 민주당 의원들이 기다렸다는듯 릴레이식으로 몰아세웠다.
­친여 무소속인사를 끝까지 관리하라는 지시는 이 문건을 무소속후보가 있는 지역에도 보냈다는 것 아니냐. 연기군에는 무소속후보가 없었다.
『공명선거 관리를 위해 중립인사들과 잘 협조하라는 의미로 쓴 것이다.』
­그러면 왜 사본을 보냈나. 여러군데 보내려고 복사한 것 아니냐.
『심부름한 직원이 사본을 발송하는 습관 때문에 그런 것이다.』
­사설학원 단속은 도시지역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사설학원이 연기군과 직접 관계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당시 우연히 서울에서 학원단속이 말썽이 많다는 신문기사를 본 일이 있어 포함시킨 것이다.』
증인심문이 제법 모습을 갖춰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감사장은 7명의 증인중 김씨와 이신행연기군예산계장에 대한 심문을 하는둥 마는둥 마치고 감사마감시간인 자정을 맞아 감사연장문제로 각당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맞서 시끄러워졌다.
절충끝에 증인들의 동의를 얻어 30분 연장했으나 감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충남도에 감사를 실시하고 증인심문까지 포함시켰던 것은 관권부정선거의 진상을 더욱 철저히 밝혀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목표가 그야말로 지방의회의원들에게 맡겨도 족할 지역민원성 질의와 기분풀이식 호통·훈계 등으로 시간을 다 써버린 각당 의원들에 의해 깨진 것이다. 불과 3분정도의 증언을 하기위해 10시간 이상을 대기했던 증인,증인심문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이 의원들의 국감운영 능력을 보고 느낀 점은 무엇일까.<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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